소련서 인도한 KAL기 유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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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따투(소준)=김재봉·최재영특파원】 소련이 미일대표들에게 넘겨준 KAL기 유류품은 모두 5상자로 그 명세는 다음과 같다.
▲①번상자(81×61×53㎝)=바지7벌과 「사꾸라컬렉션」이라는 상표가 붙은 감색홀점퍼·검은색 새무점퍼·갈색바탕에 청색체크무늬가 있는 순모셔츠 각1벌, 자주색 새무원단·보라색 새무원단 각1점, 그리고 약3백장정도의 서류뭉치가 들어있었다.
바지7벌중 녹황색바지는 국산품으로 벨트안쪽부분에 「복신기업」이라는 제품회사의 상표가 적혀 있었다.
바지는 모두 세탁한듯 깨끗했고 어떤 바지는 다림질까지 한 것으로 보였다.
서류뭉치속에는 영어 또는 한글 신문과 팸플릿·잡지 등도 들어있었으며 일본쓰꾸바대학의 박사과정입학안내서 l장, 각종 전자제품의 품목과 가격 등을 타이핑한 상용문서도 있었다.
특히 KAL기 승무원들의 기내업무내용을 설명한 매뉴얼페이퍼 l장도 포함돼 있었는데 매뉴얼페이퍼에는 격추된 대한항공기의 고유번호인 『B-747HL7442』가 고딕체로 선명히 인쇄돼 있었다.
이 매뉴얼페이퍼에는 비행기의 좌석이 그려져 있었고 금연석과 끽연석표시, l등석과 일반석의 구분 등이 기체도면과 함께 자세히 인쇄돼 있었다.
이 매뉴얼페이퍼는 27일 상오 주일한국대사관 김용규 1등서기관이 일본측으로부터 함상에서 정식으로 인수했다.
▲②번상자(1백53×1백1×54㎝)=휴지처럼 구겨진 기체파편 등 5뭉치가 들어있었다.
대한항공관계자는 파편의 색깔이 붉은색으로 칠해져있고 흰색페인트로 「K」라고 쓴 일부분이 들어있어 꼬리부분 파편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벌집처럼 만들어진 비행기의 내장재파편도 들어있었다.
▲③번상자(1백53×1백×54㎝)=엔진커버링(커버)부분 금속파편 5뭉치가 들어있었다.
서울지방항공국 관제소장 조진우씨(49)는 엔진커버링이 산산조각 난 것으로 보아 KAL기는 소련의 미사일을 맞고 공중에서 폭발한 것같다고 말했다. 조씨는 엔진폭발로 날개밑쪽에 있는 기름탱크도 폭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④번상자(1백52×95×54㎝)=산소통 5개와 구명보트 등이 들어있었다.
검은색 구명보트와 주황색 구명보트는 군데군데 구멍이 난채 바람이 빠져있었고 산소통도 곳곳에 구멍이 뚫린채 비어있었다.
▲⑤번상자(l백53×50×45㎝)=비행기의 화물로 보이는 커튼원단 등 6점이 들어있었는데 외국제품인 커튼원단은 자주색과 초록색 바탕에 꽃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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