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렴청정 "사장뒤의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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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동개발진흥그룹의 법적대표는 곽근배사장(43) 이나 실질적지배자는 곽사장의 어머니인 이복례씨(64) 로 알려졌다. 영동개발진흥 서일종합건설 도진실업 온양제일관광호텔 일복기업회장직을 갖고있는 이씨는 영동그룹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경영도 해왔다.이씨는 오래전부터 명동증권가엔 널리알려진 「큰손중의 큰손」으로 한번에 몇백억원을 간단히 동원할수있는 실력을 지녔다 한다.비록 영동이 기업규모면에선 별로 크지않지만 현금동원 실력이나 소유부동산은 웬만한 기업그룹을 능가한다는 소문이 났었다.
이회장은 영동이 그룹으로서 체제를 갖춘후 사장엔 아들인 곽근배씨를 앉히고 일상적인 업무는 맡겼지만 회사의 큰일이나 자금관계는 직접 챙긴다 한다.그래서 어찌보면 이회장이 수렴청정을 하는격이며 종업원들도 「사장위의 회장」을 더 의식한다고 한다.특히 이회장은 자금관계일은 심복직원을두고 직접관리하는데 어음이나 현찰거래등이 명의는 회사명의지만 관계임직원들도 전혀 모르게 돌아간다 한다.
회사에서도 「회장실일」 이라하여 간여하지도 않고 심지어 알려고 하지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왔다한다.
제3공화국때는 높은사람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었으며 한때 이회장을 모르고는 명동서「돈장사」할수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우리나라 큰손들이 다 그렇듯이 부동산·사채·증권 등을 주무르며 주가와 사채이율을 좌우하는 막후의 금융실력자라는 소문이다.
이회장은 .거의 빈주먹에서 완전한 자신의 노력으로 재산을 모았고 남자이상으로 통이 크고 배포가있어 한번 거래한 사람들은 모두 믿고 계속 거래하고 뒷받침해준다 한다.
제3공화국때 높은 사람들과 많이 알게된것도 온양서 응식점을한 인연이며 그뒤 이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도와줬다한다.
영동개발진흥이란 이름이말하듯 이회장은 영동의 땅에 손을 대어 큰 재미를 보았고 이것이 영동그룹의 기반이 되었다.
이회장은 땅이 부의 원천이라는 신념이 투철하여영동그룹의 모든 사업에서이를 철저히 실천했다.
정상적인 기업이윤보다 땅의 매매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사업을 확장해 나갔으며 이과정에서 특유의수완인 폭넓은 대인관계와빠른 정보, 또 막강한 자금동원력이 진가를 발휘했다.
영동그룹의 방계에 호텔등이 많은것도 부동산과 관련이 깊다.
영동개발진흥이 아파트사업을, 서일종합건설이 해외건설업을 하고있으나 가장 핵심사업은 역시 부동산과사채.
이회장의 3남인 곽경배씨(36) 는 영동개발진흥의부사장으로 있으면서 작년이·장사건때 2백33억원의어음할인을 해준 거액전주로구속된바도 있다. 그뒤 곽경배씨는 회사일선을 물러나가족과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아직 귀국하지 않았다.
곽씨가 거액외 사채전주임이 드러나는 바람에 81년 소득이 12억6천만원에7억7천만원의 세금을 물어 일약 81년 소득랭킹 6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장사건도 역시 조흥은행에서 일어났으므로 영동과 조흥은과는 이래저래 인연이 깊다.
이번사건이 터진 다음에야 회사임직원들은 『다소 이상한 점은 있었지만 발표된것을 보니 정말 기가찰 정도』 라며 놀라와했다.
특히 은행거래나 수표끊는것은 모두 회장실에서 했는데 영업규모에 비해서는너무 많은 액수의 당좌수표가 돌아 약간 의아하게만생각했지 그토록 대규모의변칙금융이 이루어 지는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곽경배부사장이 이·장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미국에 가기전엔 회사의 바깥일은 곽근배사장이, 안일은 경배부회장이 맡아 했다한다. 물론 실질적인결정이나 총괄은 이회장이 했다.
영동의 임직원들은 이번일이 조흥은행 중앙지점간부들과 이회장실 사이에서은밀히 이루어졌기 때문에그토록 많은 어음에 은행지보도장이 찍혀 시중에 나돌수 있었던것이 아닌가 보고있다.
처음 사채시장에서 자기 회사어음이 돈다는 소문이돌았었을때만해도 으례「회장실」에서 하는 돈거래의 일부라고 생각했다는것이다.
이회장은 사실 영동그룹의 실질적 「오너」 이며 지배자여서 아무도 회사일을따지고 물어볼수 없는 분위기였다한다.
곽근배씨는 억센 어머니밑에서 사장노릇을 하는 양순한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영동에서 조흥은행 중앙지점과 짜고 많은 돈을 변칙조달한것은 사실이나 그돈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선 모두들 의아해 하고었다. 역시 문제의 열쇠는이회장이쥐고있다는것이다.
이회장의 장남은 회사일엔 직접 간여치 않고 있다 한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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