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셔 독일 외무장관 다섯 번째 웨딩마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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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슈카 피셔(57.(左)) 독일 외무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다섯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새 부인은 2003년 여름부터 동거해 온 이란계 영화학도인 미누 바라티(29.(右)). 여섯살 배기 딸 하나를 둔 미혼모다.

이탈리아의 라 레프블리카지는 "발터 벨트로니 로마 시장의 주례로 피셔 장관의 간소한 결혼식이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신랑.신부가 시청에 마련된 예식장에 입장하자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가 울려 퍼졌고 이들이 혼인서약을 마쳤을 때는 비발디의 사계가 연주됐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예식에는 두 사람의 가까운 친인척 20여 명만 초대를 받았다. 피셔 장관 부부는 로마의 유명 레스토랑인 '체치노 달 1870'에서 결혼 피로연을 즐긴 후 독일 헤센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68세대' 출신인 피셔 장관은 자유분방한 이성관으로 그동안 결혼.이혼을 반복해 왔다. 부인이 바뀔 때마다 새 관직에 진출하는 등 인생 행로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었다. 첫번째 부인 에델트라우드 레기나는 고교를 중퇴한 거리의 투사로 피셔와 18년 간 함께 살았다.

두 번째 부인 잉게는 피셔가 녹색당 정치가로 성장하는 것을 내조하고 두 아이를 낳았다. 세 번째 부인 클라우디아는 중견 정치인으로 자리를 굳힌 피셔의 훌륭한 정치참모 역할을 했다. 그러나 피셔가 무절제한 식사로 몸무게가 한때 112㎏이나 나가자 미련없이 그를 떠났다. 이 때의 충격으로 피셔는 마라톤을 시작해 1년 만에 37㎏을 뺐다. 네 번째 부인 니콜라(34)는 녹색당 사무국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면서 피셔와 사랑에 빠졌다. 미국에서 성장한 기자 출신인 그는 보수적인 여성관을 갖고 있는 피셔 장관과 사사건건 다투다 4년 만에 갈라섰다.

피셔 장관은 28년 연하의 미누를 만나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서 생활습관을 또 다시 바꿨다. 절제했던 고기와 와인을 다시 입에 대기 시작하는 등 인생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9월 총선 이후엔 2선으로 물러서며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독일인들은 다섯 번째 부인을 얻은 피셔 장관의 인생이 또 어떻게 바뀔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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