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알려진 문제"엔 긍정도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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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중앙일보가 1천6백명의 전국표본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의식조사는 한국인의 여론을 골고루 탐문한 매우 광범위한 조사였다. 정치·경제·사회분야를 포괄하는 54개의 문항 하나하나에 대한 결과분석은 이미 보도된바있어(9월22일자) 국민여론의 향방과 추이를 읽을수 있는 의미있는 자료가 되었다. 문항의 내용은 일단 제쳐놓고 전체 응답자로부터 얻어진 의견의 분포상황만을 종합적으로 살펴볼때 다음 5가지 유형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택섭 <고려대교수·신방학>

<긍정적 합의형>
긍정적합의형은 국민대다수가 현행 정부시책이나 기존규범등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임으로써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여론의 분포유형이다. 이번 조사에서 긍정적합의를 나타낸 항목은 공중도덕과 사회질서가 점차 잘지켜지고 있다는 것, 사회부조리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을 꼽을수 있겠다.
경제문제로서는 세금부담이 대체로 긍정한 것으로 느낀다는 점과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동향을 대체로 믿고있다는 사실을 들수있다.
교육문제로는 교사에의한 체벌(매질)과 중·고등학교 교복자율화이후 학생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외모도 밝아졌다는 점등이 눈에 뛴다.
프로야구가 긴장을 해소하고 애향심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사회적 진취성을 반영하는 혼전성관계, 여성의 사회진출, 이혼문제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은 주목할만 하다.

<부정적 합의형>
이에 반하여 국민다수의 의견이 부정적인 쪽으로 쏠리는 항목도 자주 발견된다.
이러한 유형의 문항으로는 정치해금·지방자치제등 정치현안이 돋보이는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일부구정치인에 대한 규제를 풀것과 지방행정에 자치권을 부여할것읕 바라고 있는듯하다. 경제분야에서는 물가가 잡혔다는 정부의 주장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층이 40%를 넘고있어 아직도 많은 국민이 물가안정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알수있다.
교육문제중 현행대학입시제도에 많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며 입시제도를 개선하여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교복자율화가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학생의 자율성을 높였고 외모도 밝게 해주었지만 부모의 경제적부담을 안겨준다는 부정적 측면도 엿보인다. 프로야구의 중계량이 과다하다는 의견도 부정적인 쪽으로 여론이 모아지고있다.

<중립적 합의형>
증립적합의형은 응답자 다수가 자신의 의견을 밝히길 거부하거나 밝힐만한 의견을 갖지 않고있는 경우인데 현재 국회의 역할이나 기능을 어떻게 보느냐하는 질문에 이러한 반응이 돋보인다.

<대립적 갈등형>
대립적갈등형은 응답자의 의견이 찬성, 혹은 반대로 명확하게 갈려져 갑논을박하는 경우다. 「질서와 원칙에 충실한 사람은 손해를 보게마련이다」는 주장에 찬반량논이 대립하고 있고, 「사치풍조가 만연되어있다」는 주장, 「프로야구가 어린이의 공부를 방해한다」는 견해도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분산적 갈등형>
이 유형은 문항에 대한 여론의·방향이 긍정·부정·중립중 어느 한곳으로 치우치지 않은채 골고루 분산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청소년 폭력을 어떻게 다룰것인가, 사회부조리가 남아 있다면 어떤분야라고 생각하는가, 남편의 아내 구타를 어떻게 보는가하는 질문은 매우 다양한 반응을 얻어내 이러한 문제에 관한한 응답자 개개인의 사회적·심리적상황이 태도를 결정짓는것으로 풀이된다.
위의 분석을 통해 얻어진 결론을 잠정적으로 제시한다면 첫째, 그간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온 질서지키기운동, 부조리일소 캠페인등 눈에 보이는 일반적 사회정책에대한 국민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있어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반면 지방자치제의 실현, 정치규제자에 대한 해금조치에 대해서는 불만, 혹은 반대하는쪽으로 국민여론이 집약되고 있다.
둘째, 신문·방송등 뉴스미디어를통한 대중계몽이나 범사회적캠페인이 활발하게 전개됐던 의제에 대해서 국민적 합의가 크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공중도덕의 함양이나 사회부조리추방등은 그간 활발한 토의를 거쳐 국민의식에 내면화를 이룰수 있었던것 같다.
이와는 반대로 지방자치제·해금문제등은 단편적·잠정적 의제로만 존재했을뿐 공공의 토론장에서 활발한 논의가 없었고 바로 이런 문제에 대해 국민의 반대여론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사실에 또다시 주목하게된다.
중요한 이슈가 표출될 기회를 잃고 저변에 방치될때 갖가지 추측과 억설의 난무는 물론이고 국민의 불안·불신·불만이 씨앗이 될수있다는 점을 암시해준다.
여론이 대의정치의 밑거름임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여론이 정책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중요 공공문제에 대해 정돈된 의견을 자발적으로 표현할수 있어야하며 표출된 의견간에는 상호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여론정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정보가 풍족하게 공급되어 국민각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수 있어야 되겠으며 개인의 의견은 아무 두려움 없이 표현할수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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