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탐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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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KAL기피격사건을 둘러싼 미소대결의 다음 단계는 블랙박스의 인양경쟁이다.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열쇠를 누가 먼저 손에 넣느냐하는 일종의 기술전쟁이다.
그 싸움에서 미국은 끝내 우세를 과시하게 되었다.
미국방성의 발표는 블랙박스의 회수가 시간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블랙박스를 찾는 작업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사막에 떨어진 연필 한자루를 1만m상공에서 찾아낼만큼 어렵다는 비유도 있다.
수심8백m의 바닷속은 칠흑같은 어둠이다. 소재과악 자체가 힘들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건져내는 일은 더 어렵다. 그곳까지 사람의 잠수가 불가능한 때문이다.
해저탐색과 회수작업에 나서는것은 로봇들이다. 모두가 해상에 띄워놓은 함정이 원격조종한다. 미국의 구난선 내라갠세트호에서 조종하는 것이다.
탐색은 무인잠수정 이브(EAVE)가 맡고 있다. 컴퓨터와 음속탐지기를 갖추고 바다밑을 기는 거미같은 괴물이다. 장해물도 피할줄 알고 방향도 바꿀줄 안다.
회수는 로브(ROV)의 담당이다. 『날으는 눈동자』라는 별명이 불어있다. 카메라와 전등, 음파탐지기와 기계날을 가진 괴물이다. 특히 기계팔의 역할이 뛰어난다.
CURVⅢ(수중회수기)가 담당할수도 있다. 그 해저잠수·탐색·회수 로보트들은 벌써 30년전에 미해군이 개발해낸 것들이다.
1966년에 그 기계의 위력은 벌써 입증되고 .있다. 지중해 스페인만에 미공군기가 원자탄을 떨어뜨렸을 때였다. 수심 7백60m의 해저에 접근해서 원자탄을 회수할수 있었던 것은 앨빈과 알미노드라고하는 두척의 심해잠수정이었다.
앨빈은 길이 6.7m, 무게13t, 모양은 보통의 잠수정과 비슷하나 2중껍질을 갖고있었다.
알미노드는 그보다 컸다. 5천5백m의 심해에 3인의 승무원을 태우고 갈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제1세대 심해잠수정일뿐이다..
더 발달된 DSRV(심해반수구명정)도 있다. 원자력 잠수함시대에 맞춰 깊이 1천2백m의 해저에 침몰한 잠수함에서 승무원을 구조할수 있는 잠수정이다.
그러나 미해군은 해저6천m까지 잠항할수있는 DSSV(심해잠수조사정)를 설계한바 있다.
거기엔 RUM정(리모트 언더워터 머니퓰레이터)과 같은 기계손을 달도록 돼있다.
지금 기계손을 이용하는 로보트가 바다밑을 훑는 기술은 훨씬 발전되고 있다.
미국의 심해탐색기술은 KAL기의 블랙박스 회수로 또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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