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전대 초청가수로 온 안치환 “여러분 안에서만 머물러 있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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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안치환씨가 8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장 에서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공연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위문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장에 지난 8일 손님이 등장했다. 가수 안치환씨였다.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의 안씨는 노동 문제 등을 노래로 다뤄온 대표적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생) 출신 가수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그와 연세대 사회사업학과 동기다. 오후 5시40분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나타난 안씨는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공연을 했다. 그는 “첫 곡은 새로운 희망의 길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고 계신 여러분을 위해 새봄처럼, 아침처럼, 새로운 출발 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면서 들려 드리겠다”는 축사와 함께 ‘처음처럼’이란 노래를 불렀다. 두 번째 곡은 ‘광야에서’였다. 그는 노래를 하기 전 “(광야에서는) 제가 왜 노래를 하는지 가끔 잊어버릴 때, 제 노래의 뿌리를 잊어버릴 때 부르고 싶은 몇 곡 중 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축사 대신 쓴소리를 했다.

 “이런 얘기 해도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냥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새정치민주연합이란 당 이름이 너무 어렵다. 앞으로는 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고, 뭐가 바뀌더라도 하나로 계속 갔으면 좋겠다. 어떻게 바뀌든 여러분이 지향하는 뿌리가 하나라는 것, 무엇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 그런 우리가 되길 바라겠다.”

 안씨의 쓴소리에 대의원과 당원들은 오히려 큰 박수를 보냈다.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2000년 이후 야당은 이합집산을 반복하면서 당명을 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민주통합당→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으로 바꿔 왔다. 문패를 바꿔 달았지만 집이 번성한 건 아니었다. 문패보다 심각한 게 집안 내부였다. 당장 2·8 전당대회만 해도 계파 대결로 얼룩진 상태였다.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인지 잊어먹지 않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세 번째 노래를 부르기 전 안씨는 “오늘은 노래하면서 잡생각이 많이 든다”면서 이번엔 쓴소리 대신 애정 어린 충고를 했다.

 “일개 가수가 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노래라는 것은 호불호가 강하다. 그런데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겐 내 노래가 그렇게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를 싫어했던 사람이 어느 날 나의 노래를 듣고 ‘아, 저놈 괜찮네’ 하고 나를 좋아해 줄 수 있는 그런 게 노래의 힘이다. (그런 변화가) 정치의 힘이 될 수도 있다.”

 안씨는 그러면서 “여러분 안에서만 머물러 있지 마시라”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곤 “ 꽃보다 아름다운 길이 함께하길 바란다”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열창했다.

 안씨의 노래연설은 15분간이었다. 이 시간 동안 대표 후보들은 체조경기장을 비웠다. 가장 귀를 귀울여야 할 문재인 대표가 안씨의 ‘노래연설’을 놓쳤을 것이다. 과연 문재인호는 자기 안에 머무르지 않고 항해를 해나갈 수 있을까.

글=위문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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