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김북녀씨, 주당3시간 더 일하고 월급76만원 적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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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김북녀(여·40·가상)씨는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지 5년이 조금 넘었다. 아들 김북남(18·가상)군과 함께 탈북했다.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이사장 정옥임)은 지난해 7~9월 만 15세 이상 북한이탈주민 1만2777명(전체 탈북민의 55.2%)의 남한생활 전반을 조사했다. 9일 공개된 실태조사 결과를 김북녀씨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김북녀씨의 한국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탈북자 교육시설인 하나원을 거쳐 수도권에 정착했지만 일자리 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남한도 경제가 어려워 취업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혼자서 아들 키우기는 수월한 일이 아니었다. 경제적 스트레스로 자살을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 주변에서도 5명 중 1명꼴로(20.9%)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한다. 그나마 요즘은 다행이다. 하나원 소개로 금속업체에서 일을 할 수 있어서다. 아직도 주변 탈북자들 다수는 일용직(19.8%)으로 일하거나 자주 일을 옮겨야 하는 임시직(15.9%)인데…. 하지만 주당 47시간으로 남한 사람들보다 3시간 더 일하고, 월급은 150만원이 채 안 된다. 남한사람들이 평균 223만원을 번다고 하니 76만원 차이가 난다. 겨울 난방비나 식비, 통신비 등을 제하면 빠듯한 살림이다.

남편이라도 있어 같이 벌면 살림살이가 나아질까 생각하지만 결혼도 쉽지 않다. 주변 탈북자들을 보면 대부분 북에서 온 사람(45.2%)과 가정을 꾸리거나 중국 출신(28.3%)과 결혼했다. 남한 출신과 결혼하는 건 4명 중 1명꼴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치솟는 전셋값 속에 국가소유 임대아파트라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자기 집을 가진 탈북자는 5.8%밖에 안 된다고 하니 평생 남한에서 집 한 채 가져보긴 어려울 것 같다.

 요즘은 아들 북남이 때문에 걱정이다. 이제 막 고등학교에 들어간 북남이는 사실 졸업반이 되어야 맞는 나이다. 탈북하고 중국에서 제대로 교육을 못 시켜서 2년 늦게 학교에 보내야 했다.

북남이 말로는 북한 출신 친구들 중 절반(48.1%)이 자기 나이에 맞는 학년이 아니란다. 두 명 중 한 명(49.1%)은 우리처럼 한부모 가정이거나 조손가정이니 걱정하지 말란다. 하지만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걸 보면 마음이 무겁다. 학원 보낼 형편도 안 되니 정부에서 ‘학업 지원이나 교육비를 좀 지원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며칠 전 북남이가 “나는 키가 왜 이렇게 작아. 북한 출신인 걸 밝히기 싫어”라고 했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애들 평균 키가 1m72.5㎝란다. 북남이는 1m66.5㎝다. 몸무게도 56㎏밖에 안 나가 친구들보다 10㎏이나 적다. 엄마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이라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생계에 바빠 아침도 제대로 먹이지 못했다(아침 결식률 36.2%).

“북한 출신인 걸 왜 말하기 싫으냐”고 물었더니 “차별대우를 받을 수 있고(26%)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는 게 싫다(16.4%)”고 했다. 친구들 중에도 10명 중 2명 정도만 북한 출신이라는 걸 밝힌단다. 종종 북한 출신이라 사회에서 차별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는데 학교에서도 그런 일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북남이가 4년제 대학을 졸업(4년제 대학 이상 교육 희망 86.9%)해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겠다고 말하는 걸 보면 대견하다. 나는 북한에서 얼마 못 배웠지만, 북남이는 남한에서 제대로 교육받고 차별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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