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만능」속에 「자연회귀」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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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01년의 패션계에 디자이너들은 자못 환상적인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기술과 그에 따른 여건부족으로 미처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갖가지 가능성이 18년 뒤에는 「실제 입고있는 패션」으로 표현될뿐더러 본격적인 우주시대에 돌입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사진작가 「루실·코르낙」이 최근 뉴욕에서 「패션 2001」이라는 단행본을 발간함으로써 2001년의 패션이 더욱 구체화되었다.
고아라양은 지금 외출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거리를 빠져나가기 위해 산소공급용 안전헬밋을 착용했고 외출용신발은 롤러스케이트로 갈아 신었다. 옷은 탄력성이 좋은 스포츠웨어를 입었는데 이 옷은 온·냉 조절과 기분에 따라 색상도 변하는 편리한 옷이다. 오늘의 회출목적은 디자이너에게 이 세상에 단 한벌 뿐인 의상을 만들어 달라고 할 참이었다.
이것이 바로 「루실·코르낙」이 유명 디자이너들과 예견해본 2001년의 패션현실이다.
그러나 2001년의 의생활은 이밖에도 많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미래학자「프랭크·W·레윙」의 지적과 같이 21세기는 스피드·섹스·스포츠의 3S시대인 만큼 의생활도 이에 준해 변모된다.
디자이너들은 의상컴퓨터프로그래머로 변모하고 소재는 부드러운 질감의 화학섬유로 빛과 탄력성을 발휘한다.
색상은 우주감각인 푸른색이 크게 강세를 보이면서 검은색과 흰색만은 그런대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바느질은 이미 퇴보했고 대신 접착제가 시도되고 있으며 액세서리는 대기오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헬밋과 투구형의 모자가, 머리에는 우주감각의 염색을, 향수는 특정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후각장치로 쓰이게 된다.
또 디자이너들은 2001년의 사회는 절대적으로 여성의 권익이 보장되고 모든 영역에서 남성과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리라 점치고 있다.
휴식과 일이 철저히 분리되며 작업복과 레저복의 구분이 보다 철저해짐에 따라 작업복에서는 유니섹스(남녀공용) 모드가, 레저복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한껏 노출시킨 의상이 발달되어 바야흐로 레저복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기성복은 인조보석이나 금박자수 레이스를 이용해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실크가 보다 다양해지리라 기대된다.
남성들도 옷을 줄기는 시대를 맞게되어 남성패션이 활기를 띠며 남성디자이너들 또한 호황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고복남 교수 (숙대·의류학과)는 『미래의 복식은 경제적·사회적·기능적 측면에서 전망되어야한다』고 전제, 『최첨단과학이 발달할수록 자연에의 복귀경향이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자연에의 복귀는 노출과 밀착으로 집약된다. 노출이 누드까지 갈 것인가는 숙제로 남지만 원시시대와 같이 중요한 부분만 가리는 의상이나 신체적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꼭 붙는 옷, 부분적으로 비치는 옷이 이에 해당한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자연에의 복귀 외에 동양에의 관심, 르네상스시대로의 복귀, 우주시대의 의상이 예상되며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기능을 발휘하는 유니폼이나 바느질 없이 몸에 둘러서 입는 의상, 온·냉 및 실내·실외·기분에 따라 색상이 조절되는 사교복으로서 한복이 지적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각종 물량이 풍부해지면서 디자인부터 천의 직조·실제 제작에까지 단 한 사람을 위한 옷도 가능하게된다. 물론 전위파들의 시도도 무시할 수 없다. 기상천외의 전위파들은 완전누드상태에서 페인트로 필요한 부분만 그림을 그리거나 스프레이를 뿌려 의상효과를 나타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낙관론 외에 고도의 과학이 발달하면서 자연을 파괴, 인간은 설 땅을 잃어버리고 권태감에만 휩싸이고 있다는 비관론이 또한 대두된다.
비관론자들은 이 시대의 의상이 미와 개인적인 취향을 따를 여유가 없다고 단정한다. 오염된 공기와 물, 땅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안정성을 고려한 의상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001년의 의상생활은 정녕 어떤 형태로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낼까-. 갖가지 기발한 예측속에서도 「로베르타」 「지방시」 「크리스천·디올」등 유명디자이너들은 오늘의 의상과 크게 변화되지 않은 디자인을 전망하고 있어 이들의 온건한 태도 도한 주목되고 있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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