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안 절충이 「순항」여부 판가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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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1대국회에 들어 세번째인 제119회 정기국회가 20일 개회됐다. 이번 정기국회는 웬만한 내부의 시비는 덮어버린 KAL기피격사건의 충격이 가시지않은데다 IPU총회로 실질적인 활동기간이 2주정도 단축되고 전례없이 속결예산이 제출되어 선뜻 눈앞의 쟁점을 꼬집어내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전두환대통령의 서남아·대양주순방(10월), 「레이건」미대통령의 방한(11월)등이 회기중에 자리잡고있어 국회가 부각될 소지를 어느정도 줄이고있다.
그러나 회기중에 단행될것으로 보이는 추가해금과 이로인한 정치권의 동요, 그리고 다음선거에 대한 여야의원들의 점점 짙어지는 임장감, 11대국회를 사실상 마감한다는 심리에서 오는 정국경화요인등을 결코 과소평가할수만은 없는 다른 하나의 측면이 있다.
특히 선거와 새로운 라이벌의 출현(해금)을 앞두고 뭔가 해야한다는 심리가 깔려있는 야당으로서는 뚜렷한 쟁점이 없는것이 오히려 고통스러울수있다.
정기국회가 임박하면서 야권에서 새삼 정치의안관철 다짐이 나오고 「선보장」이 없으면 예산안 심의거부라는 성급한 으름장이 운위되는것도 이런 까닭이다.
따라서 다른 돌발사가 없는한 이번 정기국회의 가장 큰 쟁점은 정치의안이 될것으로 보이며, 정치의안에 대한 여야절충이 곧 정기국회의 운영축이 된다고 볼수있다.
그리고 과거 두번의 정기국회가 난제들을 뒤로 미룸으로써 정치파란을 회피해온 것과는 달리 이번 정기국회는 더이상 문제를 미루기만은 어렵다는 시기적인 특징을 갖고있다. 어떤형태로든 결론을 내야 할 부담을 안고있다.
이렇게 볼때 이번 정기국회는 정치의안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과 처방이 「수위」와 「모양」을 결정짓고 순항여부를 판가름할것같다.
지금까지 민한당이 야당성의 명맥을 의지하다시피해온 정치의안이란 △정치피규제자 해금건의안 △국회법개정안 △지방자치제관계법개정안 △언론기본법개정안등이다.
이중 추가 해금은 여러모의 힌트로 보아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시기와 폭, 그리고 이를 기존정당들이 어떻게 수용할지가 관심사이며 단행시기에 따라서는 정기국회운영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정당은 해금으로인해 야당의 구심력이 약해지고 대신 장외의 원심력이 강화돼 국회가 권위를 잃고 파행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있다.
민정당은 지난6월 임시국회때 김영삼씨 단식사건으로 자극받은 민한당이 국회를 끝내 공전시킨 전철을 뼈아픈 경험으로 방아들이고 있다. 때문에 이런 경험을 단한번으로 충분하게 하기위해(이종찬총무) 몇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민정당은 민한·국민당의 요구를 정치의 독립섭수로 부각시키는데 한층 신경을 쓰고있다. 국회법 개정안에 신축성을 보이고있는것이 단적인 예이며 국고보조금알선등 야당의 애로사항해결에 적극적이다.
아울러 민정당일각에서는 「선보장」을 요구하는 협상에는 임할수없다는 점과 야당이 끝내 궤도를 이탈할경우 닥쳐올 결과를 조기총선설과 결부시켜 주지시키는 노력을 하고있다.
또 정기국회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위해 해금시기를 예산안통과전후로 하는게 어떻냐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야당은 해금후 재야의 움직임과 원내대책을 무리없이 연결시켜 독자적 영역을 확대해야하는 어려움을 안고있다. 다시말해 종전보다는 더 큰 목소리로 구체적 증거를 얻어내야 재야를 누르고 선거에도 대비할수있다는 계산이 도사려 있다.
그래서 벌써부터 여당이 정치의안을 들어주지 않으면 예산심의에 불응하겠다(임종기민한당총무)는 말이 나오고 의원들간에도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야당다운 뭔가를 보여야겠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상이 너무 협소하다는데 민한당의 고민이 있다. 아무리 투쟁해야 쟁취가 불가능한것을 목표로 삼을수는 없고 현실적으로 웬만하면 얻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것이 국회법개정 정도다.
상임위예산심의권부활과국정조사권발동요건완화가 국회법중에서도 핵심대목이다.
이에대해 표면상 민정당도 고칠것이 있으면 고치겠다는 태도이지만 상임위예산심의권 부활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며 국정조사권에 대해서도 구속력이 없는 국정심사권으로 바꿔 발동요건올 완화하는데는 긍정적이다.
때문에 국회법개정도 쉽게 결론에 도달하리라고 단정하기가 어렵다.
지자제나 언기법개정문제는 결론을 얻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지자제의 경우 민정당은 헌법에 명기된 사항이라 안한다는 소리는 못하지만 아예 검토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언기법은 협상의 대상으로 보고있지않다.
야당 역시 이문제는 주로 소리높여 거론하는것으로 끝낼것 같다.
총규모 10조4천억원의금년수준으로 동결한 내년도 예산안의 통과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이론이 없을것으로 보인다. 다반 민정당은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여야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있고 야당은 가급적 다른 의안처리와 연계시켜 봤으면하는 생각이다.
다만 명성사건·KAL기사건만은 국회가 한차례 걸렀지만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정기국회에서도 논란될 가능성이었다. 해마다 정기국회운영의 주요고비가 된 세법은 정부가 관세법개정안만 제출할 예정이어서 소득세 인적공제를 둘러싼 대결은 없을 것같다.
이렇게볼때 이번 정기국회의 분위기는 어떤 돌출이슈보다는 해금및 선거를 앞둔 각 정당의 「생존논리」에 따라 지배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조기총선설, 그리고 야당가에서 나돌고있는 신당설등은 좀체 사그러들지 않고 정기국회 주변을 맴돌것같다. <전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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