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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읽는 어린이 가정·사회 탓|주부교실, 「오린이 독서지도」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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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성적에 직결되지 않는 책은 손쉽게 읽지 않으려하는게 근래 두드러진 어린이들의 독서양태다. 이같은 절름발이식 독서를 지양하고 바람직한 독서로 이끌기 의한 「어린이 독서지도, 무엇이 문제인가」좌담회가 지난17일 상오11시 전국주부교실중앙회(회장 이윤자) 주최로 대한교육보험 빌딩5층 강당에서 열렸다.
교육계·출판업계·주부등 2백50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봉연교수(이화여대·교육심리학)의 사회로 2시간동안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는 사회·가정전반에 퍼져있는 반 독서환경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발표에 나선 이재철교수(단국대)는 『인류문화는 독서에 의해 전달, 정복되고 비교·비판·통합의 과정을 통해 성숙돼가므로 이같은 문화속에서 살아가려면 독서하지 않고는 살아남을수없다』고 전제하고 독서를 크게 전문지식습득의 독서와 휴식을 위한 독서로 나누었다.
그는 어린이들이 교과서와 참고서 외에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성적과 직결되지 않으며 책을 손쉽게 구할수없는점▲학교와 가정에서 독서지도가 일반화되지 못한점▲물질만능사고가 학부형의 의식을 지배해 독서를 경시하는 풍조▲양서선정·독서안내지도가 체계화되지 못한점을 들었다.
이 교수는 바람직한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독서능력·독서흥미·독서심리·독서내용 등 각 발달단계를 고려한 과학적 독서지도와 독서문제아 유형을 파악하여 투영·정화·통찰의 독서요법으로 지도할것, 그리고 적서(선택)·적자(단계)·적시(개통성)의 3원칙을 바탕으로 읽어주기·혼자읽기·여럿이 읽기등을 혼용하면서 감상문 쓰기·극화해 보기등 다양한 방법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동문학가인 이영희 국회의원은 『우선 악서를 못읽게하고 나서 양서를 골라 읽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악서일수록 화려하고 유명인의 사인과 추천이 있으며 과대광고나 덤핑을 한다는것. 그는 특히 명작은 만화가 아닌 글자를 통한 독서가 돼야한다는것과 번역물 선택에 주의를 요망했다.
이의원은 양서 선정기준으로 적서·생명 존귀·고난극복·노동신성·탐구와 모험심·정의·용기등을 주제로 저명출판사의 l급 작가 작품으로 인쇄가 선명하고 활자 크기가 적당해야 한다는것을 들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양서선택의 최상의 지름길』이라고 충고.
서울 서초국교 심경석 교장은 『인간의 창조력을 개발하고 인간성을 형성시키는데 독서가 중요하나 현실적으로 중·고교에서는 입시준비로 인해 독서전멸의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서에서 부닥치는 가장 큰 문제로 책의 선정을 들고 전자시대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구태의연한 줄거리는 오히려 독서흥미 유발을 저해할수 있으므로 엄마가 먼저 읽고 나서 어린이에게 권장하는 방안을 추천했다.
홍성윤교수 (중앙대·심리학)는 『어린이는 오락성 독서를 원하나 부모들은 사회출세를 위해 학습성 독서만을 요구하여 갈등이 일어난다』고 진단하고 지적능력만을 요구하는 학습독서에서 정서개발을 위한 독서로의 유도가 필요하며, 이는 예능특기교육에 과열된 학부모의 관심이 독서로 전환되는등 뒷받침이 있어야 실효를 거둘수 있다고 역설했다.
중앙도서관 조원호 부관장은 『현재 국내 공공도서관은 l백50여개이며 이중 어린이도서관은 70여개에 달하나 제대로 설비가 갖추어진 곳은 30여 개뿐』 이라고 실태을 밝히고, 어린이의 독서를 생활화하기 의해서 어린이공공도서관을 대폭 확장해야하며 아울러 어린이전문 사서양성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주식회사 여승구사장은 『국내출판물중 아동도서의 경우 창작물이 적고 대부분 전집류로 돼있으며 외판원이 할부판매하기 때문에 값이 비싸고, 학교도서실 역시 예산이 없어 도서구입은 기증본으로 메우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필요 없는 책은 사지 않음으로써 만들지 못하게하는 독자파워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대표로 참석한 전영숙씨는 「독서는 해야겠는데 시간이 없어 쩔쩔매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가정에서 한 달에 한번씩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책을읽고 발표하는 모자독서운동을 벌일 것을 건의하기도.
한편 주부교실중앙회는 이 자리에서 5개항으로 된 「독서를 위한 어머니들의 선언」을 채택하고 모자독서서클을 조직, 독서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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