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관객 "승부조작" 항의 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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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농수산부장관 배 대상 경마가 벌어진 휴일 뚝섬 경마장에서 승부에 불만을 품은 관객 1천여명이 경마장건물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박살내고 불를 지르는 등 난동을 부려 관객 2명이 부상하고 경마장건물이 크게 파손됐다.
경찰은 5백여명의 전경대원 등을 출동시켜 1시간40분만에 관객들을 해산시키고 난동경위와 승부조작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난동>
18일 하오5시10분쯤 서울 성수동 한국마사회 경마장에서 2천4백m 트랙을 도는 8번 경주를 끝내고 시상식을 하려는 순간 관객 속에서 소동이 일었다.
8천여명의 관객들은 『우,우』소리를 지르며 『경마에 부정이 있다』 『순위조작이다』라고 항의, 일부관객이 시상대쪽으로 몰려가 우승컵을 깨뜨렸다. 흥분한 관객들은 유리창과 돌멩이 등으로 경마장 스탠드건물과 전산실·홍보실 유리창 5백여 장을 깨뜨리고 스탠드에 있던 TV수상기 4대, 와이드스크린 1개 등도 박살냈다.
관객30여명은 이어 스탠드건물 옆 조교단13조 마사(마사)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고 마초(마초)와 손수레에 불을 질렀다. 이 난동으로 관객 이봉원씨(37·서울당산1동53)와 권세창씨(28·마사회조교) 등 2명이 관객이 던진 돌멩이에 맞아 얼굴 등에 상처를 입고 이씨는 인근 동아병원에 입원중이다.
난동이유
2천4백m 트랙 8번 경주는 농수산부장관 배가 상으로 걸린 경마로 모두 8명이 출전했다.
경마장주변 업자들이 작성한 경마예상지에는 8(북소리·두만강), 6(쌍두마차), 5(복민호)번 마가 우승마로 예상되었으나 경기결과 실제 우승은 평소기록이 저조했던 7번마(마이산), 준우승은 4번마(밀림)가 예상외로 차지했다.
이 때문에 8, 6, 5번마에 우승기대를 걸고 관객대부분이 마권을 구입했으나 이 예상이 빗나가고 극소수의 관중이 6백40배까지 엄청난 당첨금을 받게되자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관객 김동집씨(31·서울남리동24의59)는 『우승예상마가 아무 이유 없이 모두 4위 이하 하위권으로 밀린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순위조작의 낌새가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수습>
관객들의 난동이 벌어지자 경찰관 5백여명이 동원돼 흥분한 관객들을 진정시켜 귀가를 종용했고 소방차 2대가 출동해 불붙은 마사건물을 진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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