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만 앞서 무리한 진행|대한민국 음악제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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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9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던 제8회 대한민국 음악제가 마침내 16일 KBS교향악단과 「필립·뮐러」의 첼로협주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주최측 한국문예진흥원은 86, 88문화올림픽을 앞두고 창작음악계 진흥을 위해 모든 프로그램의 8O%를 한국 창작곡으로 짜는 등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무리한 프로그램 구성, 미숙한 진행, 프로의식이 결여된 음악가들의 태도 등으로 적지 않은 물의를 빚었다.
이번의 제8회 대한민국 음악제의 성격을 창작음악 중심으로 한다는 원칙아래 주최측은 한국 창작음악의 과거·현재·미래를 조명해보기 위한 세 개의 중요한 연주회를 계획했다. 11일의 한국 실내악 연수회는 이영조 작 『??」, 김정길 작 「클라리넷과 현악합주를 위한 율-183』등 4곡의 초연곡 등 5곡을 연주했다.
12일의 이남수 지휘로 KBS교향악단이 연주한 한국 교향악 연주회에서는 정부기 작 『교향곡 3번 가락』, 강준일 작 『사물놀이를 위한 협주곡 푸리』등 2개의 초연곡을 비롯하여 총6곡을 연주토록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었다.
한편 13일 한국오페라연주회는 현제명 작 『춘향전』등 45년 해방 이후 작곡되어 공연된 창작 오페라의 주요한 아리아를 노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음악제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이미 알려진 대로 6곡의 한국창작곡을 연주하도록 된 12일의 교향악 연주회. 예정된 프로그램 중 아무런 사전통고 없이 연주당일 초연곡인 정부기씨 작품은 아예 빠졌고, 강준일씨 작품은 전체 3악장 중 1악장 연주만으로 끝내 불성실한 태도로 창작음악을 무시한다는 등의 비난을 듣고 있다.
이 문제를 놓고 음악계인사들은 우선 총 연주시간이 줄잡아 1백20분이 넘는 6곡을 하루저녁에 연주토록 한 프로그램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KBS교향악단은 이번 음악제에만도 총3회의 연주회를 맡고있어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또 작품에 문제가 없지도 않아 일단 받았던 악보를 작곡가에게 보내 손질하는 시간도 필요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무리한 프로그램, 감당할 수 없는 스케줄을 받아들였다는 책임을 KBS교향악단은 면할 수가 없다는 것이 해당 작곡가들의 얘기다. 『한마디로 교향악단이나 지휘자 모두가, 철저한 프로의식이 부족했다는 비난은 면할 수가 없습니다.』 음악평론가 박용구씨의 얘기다.
한국 문예진흥원은 최소한 88년까지는 이번처럼 한국창작곡 중심으로 매년 대한민국 음악제를 운영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원래의 의도처럼 한국창작음악의 발전을 기하려면 지금까지의 명목에 그친 운영위원제 대신 첫 기획·작품의뢰·작품선정부터 중간진행·음악회 결과까지를 책임 있게 진행할 집행부가 필요하다고 박씨는 제의한다.
또 이번처럼 토막 토막의 아리아를 부르는 것은 그것이 한국창작곡이라는 사실 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해마다 미리 작품을 의뢰하여 창작오페라 또는 칸타타식으로 집중적으로 새로운 창작작품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강력한 집행부가 엄격하게 작곡가를 선정하여 작품을 의뢰하고 또 작품을 골라서 진행을 맡을 때 보다 차원 높은 창작곡이 탄생되리라는 얘기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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