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옛 멋 되살리는 풍성한 명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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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추석은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면서 햇곡식으로 빚은 송편과 햇과일로 조상께 다례를 드리고 가까운 친지끼리 음식을 나누어먹는 연중 가장 풍성한 명절. 전통 깊은 명절 추석은 이제 각지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모여 고유음식을 즐기고 모처럼 한복을 입어보는 날이 되었다. 현대생활 감각과 명절의 옛 맛과 멋을 조화시켜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 이제는 많이 사라지고 오도된 의·식·다례풍속의 뿌리를 되살려 예스런 추석명절을 보낼 수 있는 방법 등을 묶어봤다.

<음식>
전통적으로 추석은 서민들의 명절. 농가에서는 햇곡식과 햇과일로 흥겨운 잔치분위기에 들떠있을 즈음 궁중에서는 음식보다는 ,겨울옷으로 갈아입는 계절의 문턱으로 생각했다.
추석음식은 지금까지 그다지 많은 변화를 겪지 않고 지켜오고 있는 셈이다.
김경진 교수 (숙대·식영과)는 전통적인 추석음식을 토란탕·송편·삼색나물·적·포김치·밤초·대추초·배숙을 들고있다.
색소를 위해서는 송편의 경우 3색으로 승검초·쌀가루·송기를 사용했는데 승검초는 점차 쑥으로 대체되어 푸른색으로, 송기는 붉은빛 대용으로 썼다. 송기는 소나무껍질로 송기 송편을 만들었는데 송기를 잘게 찢어 솜털같이 일군다음 떡반죽에 넣어 절구에 오래 찧으면 분홍빛이 된다.
적은 누름적(누르미)과 화양적(화양누르미 향누르미)이 쓰였는데 화양적은 쇠고기와 도라지·송이버섯을 양념해 볶은 다음 대꼬챙이에 꿰어 그릇에 담는다. 부잣집일수록 그릇이 크므로 대꼬챙이를 위와 중간·아랫부분에 세 개 꿰어 통째로 담기도 했다. 누름적은 녹두가루를 푼 물에 마지막으로 담그는 녹두누름적도 널리 이용되었는데 다시마와 쇠고기·도라지를 꿰어 반드시 타원형으로 상에 내었다.
토란탕은 쇠고기 맑은 장국을 끓이다가 다시마를 넣고 한소끔 끓인 후 토란의 아린맛이 가시면 토란을 넣어 다시 한번 끓여 황백지단으로 옷고명을 얹는다.

<다례·풍속>
주월영씨 (전 경기여고교장)는 추석날 가장 중요한 행사로 성묘를 꼽는다. 따라서 추석2, 3일전에는 조상의 묘를 찾아가 미리 벌초를 해두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추석날에는 햅쌀로 메를 짓고 송편과 밤·대추 등 햇과일로 차롓상을 차리고 햅쌀로 술을 빚은 신도주률 올린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사당에 차례를 지내는데 사당이 없을 경우 마루도 무방하다. 차례를 올리는 형식은 보통 제사 때와 같으나 충남일부지역에서는 제주가 주부인 풍습도 있다.
차례가 끝나면 차롓상에 올려놓았던 햇과일을 집집마다 나눠먹는데 이는 과일이 익을 때까지 마을사람들이 잘 보살펴준데 대한 감사의 표시.
차례를 지낸 후에는 추석음식을 싸가지고 어른을 앞세우고 조상의 미담을 들어가며 열을 지어 성묘를 가는데 추석날 성묘가는 것을 특히 성추라고도 한다.
추석의 오랜 풍습으로는 길쌈놀이가 있다. 2명의 왕녀를 내세워 6부의 여인을 두편으로 갈라 길쌈을 싸서 더 많이 짠 편이 이기는 것으로 진 편이 이긴 편을 대접하고 회소곡을 부른다.
가장 널리 행해진 놀이로는 씨름과 그네뛰기.
제주도 풍속으로는 남녀가 함께 모여 노래와 춤을 추며 좌우로 편을 가르고 줄다리기를 한다. 또한 닭붙잡기놀이 등도 있다.
전남 남해안지방 부녀자들은 추석날밤 수십명씩 서로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뛰노는 강강수월래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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