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심판 홍은아의 '여기는 프리미어리그'] 못 말리는 맨U 루니의 성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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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의 축구팬들은 프리미어리그 소식을 놓치지 않고 있으실 거예요. 한국 선수들의 맹활약은 물론이고, 프리미어리거들의 음주, 약물, 여자 문제 등까지도요. 얼마 전엔 웨인 루니(맨U.사진 (上))가 대선배인 데이비드 베컴에게 욕설을 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심판에게 비아냥거리며 손뼉을 치다가 퇴장을 당했죠. 그는 90분 한 게임 동안 주심에게 100번 정도 욕을 했다는 보고까지 있었어요. 이런 불 같은 성질은 루니의 나이(며칠 전에 20세가 됐죠)와 '축구 천재'라는 특별한 수식어 때문에 다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있어요. 축구선수에게 그 정도의 성질은 성공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죠.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대표팀 경기 때마다 루니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불안해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에요.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의 스튜어트 매티어슨 기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루니는 이제 겨우 스무 살에 불과하다. 길에 다니다 보면 그 정도 성질 가진 남자애들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10년 정도 경험을 쌓으면 그가 성숙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베컴을 봐라. 아직도 종종 퇴장당하고 있지 않은가. 하하하."

지난주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받는 일이 있었고, 리오 페르디난드는 지정된 약물검사를 받지 않는 등 프리미어리거는 바람 잘 날이 없는 듯해요. 아, 그러고 보니까 문제가 된 선수들이 모두 박지성 선수가 소속된 맨U 선수들이네요. 이들은 경기가 없는 날 나이트클럽에 가는 것도 신중해야 합니다. 술을 마시고 여자와 다정하게 얘기하는 모습이 누군가의 카메라에 잡히면 다음날 타블로이드 1면에 큼직하게 나오게 될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뉴캐슬의 마이클 오언(사진 (下)).앨런 시어러, 맨U의 게리 네빌.폴 스콜스.라이언 긱스 등이 현역 선수 중 대표적인 역할 모델(role model)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타임스온라인(timesonline)의 한 네티즌은 '오언이 잉글랜드 대표팀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울 정도다. 진정한 역할 모델은 축구장에서의 능력뿐 아니라 축구장 밖에서의 생활까지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이웃에 살던 여자친구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그 흔한 스캔들 한 번도 일어나지 않는 오언, 어머니와 여자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잉글랜드 복귀를 희망했던 그는 프리미어리거의 대표적인 '모범생'이라 할 수 있죠.

한 가지 놀라운 사실도 알았습니다. 현재 BBC의 프리미어리그 하이라이트 방송인 '매치 오브 더 데이'의 진행자인 게리 리네커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전설적인 플레이어인 그는 토트넘 홋스퍼, 레스터 시티, 에버턴 등에서 뛰다가 J-리그에서 은퇴를 했죠. 얼마나 많은 선수가 거친 태클로 그를 괴롭혔겠어요? 그런데 아세요? 선수생활을 통틀어서 그가 경고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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