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는 맹수에 사냥된 먹이" 박대표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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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표결은 재적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결의안이 채택되는데 현 ICAO이사회 회원국이 33개국이므로 채택 최소한의 표수는 17표다. 소련을 포함한 33개이사국가운데 어떤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할수는 없다. 소련등 공산권국가들은 결의안 자체를 봉쇄하려하고, 제3세계국가들은 서방측 결의안의 내용을 순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회의소식통은 서방측 결의안초안이 약간의 자구 수정을 거쳐 채택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AL기피격사건의 진상조사와 대소규탄결의안 채택문제, 새 민항규정과 유사사건 재발방지책의 마련을 토의키 위한 이 회의에서 한국의 박근대표는 소련의 미사일공격으로 격추된 KAL기가 『맹수에 의해 사냥된 먹이나 마찬가지』라고 통렬히 비난하면서 이사건은 『민간항공사상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가장 무도한 행위』라고 지적하고 이사건에 대한 소련측의 해명·사죄와 유가족들에 대한 배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소련대표단장 「모리스·무가에프」는 이날 성명을 발표, 소련이 이미 이사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KAL기가 첩보활동을 했다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 이번사건의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말했다.
첫날 회의에서는 29개국대표가 발언했는데 소련의 입장을 지지, 결의안을 포함한 어떤 조치도 최하지 말자고 명백한 의사표시를 한나라는 소련·체코및 인도등 3개국 뿐이다.
그러나 제3세계 국가중에는 소련을 비난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선뜻 지지하지 않으려는 나라들도 있어 결의안 채택에 필요한 지지표를 균형되게 규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내용 절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회의소식통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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