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버드 지켜라 … 서울동물원 조류전시장 'AI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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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토코투칸(위 사진)

8일 오전 찾은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물새장’ 앞에는 마치 폴리스라인처럼 긴 테이프가 설치돼 있었다. ‘AI(조류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 전시를 중지합니다’라는 안내문도 보였다. 한 마리에 1200만원이 넘는 자카스펭귄, 1400만원이 넘는 관머리두루미가 여기에 전시돼 있다. 물새장을 포함해 조류사 전체가 즉각 폐쇄됐다.

 중랑천 야생조류 분변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지난 6일 고병원성으로 확인되면서 그곳에서 4.7㎞ 떨어진 어린이대공원엔 비상이 걸렸다. 어린이대공원 측은 특히 바이러스 확산을 미리 차단하는 차원에서 8일 오후 동물원 전체를 임시휴장했다. 소독 횟수를 매일 2회로 늘리고 새 사육장에 지붕 덮개도 씌웠다. 야생 조류가 날아와 동물원 새와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중랑천과 12㎞ 떨어져 있어 규정상(10㎞ 이내) 폐쇄하지 않아도 되는 서울대공원 동물원도 이날 조류 전시장 관람을 중단시켰다. 국제 멸종위기종인 토코투칸(1600만원·앵그리버드 실제 모델)과 유럽에서 온 홍부리황새(1900만원)같이 반드시 지켜야 할 조류가 동물원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동물원엔 국제적 멸종위기종 54종, 천연기념물 15종을 포함해 101종의 조류 1695마리가 있다. 하지만 지난 1년 내내 AI의 위협에 시달리며 사실상 ‘연중 폐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I가 상시화·토착화하면서 서울의 동물원이 큰 위기에 빠졌다. 동물들이 좁은 곳에 모여 있는 데다 외부인이 상시로 드나드는 동물원은 바이러스 발생 시 폐쇄 외엔 뾰족한 방역 수단이 없다.

 서울대공원은 지난해 1월 경기도 화성시 시화호에서 AI가 검출되자 조류 전시장 관람을 중단시켰다. 지난해 9월 다시 문을 열었지만 성남 모란시장에서 발견된 AI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12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문을 닫았다. 어린이대공원도 지난해 AI 발생으로 54일간 동물원 문을 닫았다.

 관람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동물원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8월 약 210억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들여 재개장한 어린이대공원은 AI·구제역 등 여파로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입장객이 재개장 이전의 7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대공원도 연간 100억~13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주말 동안 ‘AI 긴급 방역대책회의’를 열고 중랑천 출입구 14곳을 통제 하고 탐조대 출입도 차단했다. 강종필 서울 AI특별방역대책본부장은 “국내에선 AI 인체 감염 사례가 없어 특별히 불안해할 필요는 없으나 한강이나 지천 산책로에 대한 출입은 자제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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