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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빅4’ 스페인 … 극좌 포데모스 집권 땐 유럽경제 타격 클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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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호 03면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1월 총선 승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곳은 스페인이다. 창당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뜻)는 오는 9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제2의 시리자’가 되기를 꿈꾼다. 여론조사에서 포데모스는 24%의 지지율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보수 집권 국민당과 야당인 사회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포데모스가 주최한 지난달 말 반긴축 마드리드 집회에는 10만 명이나 참가했다.

맹위 떨치는 유럽의 극좌·극우 정당들

스페인에서의 급진좌파 집권은 그리스에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큰 파장을 부를 수 있다. 유럽 경제의 2%에 불과한 그리스와는 달리 스페인은 유로존에서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넷째로 경제 규모가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그리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업률이 25%를 넘는다. 청년층의 절반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0년 구제금융을 받은 전력이 있는 아일랜드에서도 그리스·스페인처럼 극좌파가 힘을 쓰고 있다. 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극좌 정당 신페인은 전통 있는 양대 정당인 통일당(Fine Gael)·공화당(Finna Fail)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 됐다. 양대 정당은 아일랜드가 192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줄곧 권력을 분점해왔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 신페인(20%)은 집권 통일당(24%)에 이어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다. 2002년 선거에서 6.5% 득표에 그쳤던 신페인은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19.5%를 얻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한때 ‘켈트 호랑이’라 불리며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가장 눈부신 성장을 했던 아일랜드는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자산버블 붕괴를 겪으면서 추락했다. 강력한 긴축정책을 받아들여 2013년 12월 구제금융에서 졸업하긴 했지만 여전히 악몽 같은 긴축에 반감이 크다. 신페인은 “(시리자의 승리는) 좌파 정당과 좌파 정부를 유럽 전역에서 부상하게 만드는 불꽃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시리자와 함께 유럽연합(EU)에서 반긴축 공동전선을 펼쳐나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남유럽이 극좌로 기울기 전부터 북유럽에서는 극우세력이 맹위를 떨쳤다. 이들은 각자 조금씩 구체적인 정책은 다르지만 크게 보면 반이민·반이슬람·반EU·반유로화·반자유통행 등 반유럽통합의 노선을 공유하고 있다.

프랑스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당수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30%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중도우파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3월 지방선거는 르펜과 올랑드에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네덜란드의 자유당, 핀란드의 ‘진짜 핀란드인’당, 스웨덴 민주당, 덴마크 국민당, 이탈리아의 5성운동당은 금융·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급성장해왔다. 지지율은 각국의 기성 주류 정당들을 위협할 정도다.

극우 영국독립당(UKIP)은 오는 5월 7일 총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UKIP는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14%를 득표했으며 최근의 지방선거에서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보수당에 타격을 입혔다. 보수당과 야당인 중도좌파 노동당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어 과반에 모자랄 경우 연정 파트너를 필요로 하게 된다. 특히 보수당이 재집권할 경우 EU에 잔류할 것이냐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연정 파트너가 누가 될 것이냐는 매우 중요하다. 반EU·반이민을 강력히 주장하는 UKIP가 연정에 참여할 경우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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