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문화는 ‘외눈박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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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호 31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으로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단어 중 하나가 ‘다문화’다. 결혼이주 여성들이 급증하면서 한국에서 ‘다문화 가족’ ‘다문화 사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성공적인 정책 마련을 위해 관련 조직까지 만들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문화 현상에 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가정이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에는 맹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한국의 적지 않은 기업들이 외국인들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6·25전쟁 후 지구촌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은 짧은 시간에 큰 경제 성장을 이뤘다. 한국 기업들은 수출을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했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많은 기업은 외국 지사를 개설하고 주재원들을 파견했다. 외국 생활을 경험한 이들은 한국 사회의 글로벌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또 기업들도 한국의 경제 성장에서 중추적인 역할 외에도 선진국의 일반적 가치인 민주주의가 한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한국에 도입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 기업들의 성공 비결은 간단하다. 신기술 개발이었다.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같은 기술 집약적인 상품으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키웠다.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이들이 일찌감치 다문화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해외지사의 조직 중 일부를 다문화팀으로 꾸려 현지 시장 공략에 많은 공을 들였다. 사실 다문화 현상의 시작은 이들 기업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외국인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전문인력의 36.9%가 “과도한 근로 시간으로 인해 ‘일과 삶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4.6%는 “외국인에게 배타적이고 위계질서가 명확한 기업문화에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문화 또한 이들에겐 불만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한국 기업에 대한 만족도가 형편없는 수준일까. 그렇지는 않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체류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상당히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이 48.7%에 달했다. “매우 만족한다”도 20.0%를 기록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24.3%, “상당히 불만족스럽다”는 외국인은 6.1%에 불과했다. 즉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에 불만은 있지만 회사를 떠나려 할 만큼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업들이 외국 인력들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의 외국인 취업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에 맞춰 그들이 몸담고 있는 직장의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이 커지듯 기업들도 이 문제에 대해 좀더 관심을 쏟는다면 더 많은 전문인력이 한국을 찾을 것이다. 이는 결국 한국의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한국의 국회에서는 소수의 권익을 위해 필리핀계 국회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의 다문화에 대한 이해력과 포용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많은 지자체도 결혼 이주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들이 성공적으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젠 우리 기업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질 차례다.



알파고 시나씨 2004년 한국에 유학 와 충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외교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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