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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페이스북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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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예영준 기자 중앙일보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한국인이 베이징에서 지하철을 타보면 누구나 놀란다. 약식이긴 하지만 비행기 탈 때와 마찬가지로 X선 짐 검사는 물론 몸 검사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물건을 함께 검사하는 ‘인물동검(人物同檢)’이 지난해부터 확대 중이다. 출퇴근 시간 검색대 앞에서 장사진이 치는 건 예사가 됐다. 더 놀라운 건 한국에서라면 인권침해라고 난리가 날 법한 일임에도 중국에선 불만을 표시하는 승객이 없다는 점이다. 불특정 다수의 안전을 노리는 ‘공포분자’(테러리스트)의 국가분열 책동에 대비하려면 작은 불편쯤은 감수해야 한다는 당과 정부의 가르침 때문이다. 중국 친구들은 “(당신네 작은 나라와 달리) 우리는 인구 13억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라 유지가 안 된다”고 말한다. 베이징에선 베이징법을 따르라 했던가. 나도 기꺼이 금속탐지대를 지나 검색봉에 몸을 맡기고 지하철을 탄다.

 불편 감수는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불온’한 내용의 게시물은 올라오기 무섭게 지워진다. 중국의 사이버공간엔 ‘5월 35일’이란 날짜가 있었다. 초민감 금칙어인 ‘6월 4일’의 대용물로 네티즌이 만들어낸 것인데 지금은 삭제됐다. 6월 4일은 1989년 천안문 사건 발생일이다. 금칙어가 아니어도 제한이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입력하니 ‘관련 법에 의해 일부 검색 결과는 표시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유튜브·구글은 물론 조금이라도 민감한 내용이 나올 성싶은 해외 사이트는 모두 먹통이다. 그뿐이랴. 한국 서점 K문고의 홈페이지가 차단된 건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책이 소개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치자. 그럼에도 공동구매 쇼핑몰이나 비행기 표 판매 사이트 등 정치나 사회 안전과 관계없는 사이트들까지 막힌 건 어떤 연유에선지 이해가 안 된다.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속언대로 적지 않은 중국인이 특수한 통신기법인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해외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해 칭화대에서 강연하고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사실은 설명이 안 된다.

 아래에서 대책이 나오면 위에선 다시 정책을 만들어내는 법이다. 이번엔 중국 정부가 VPN 차단에 나섰다. 지난해엔 카카오톡과 라인 등 외국계 메신저 서비스가 막혔고 아직 완전 복구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이렇게 설명할 것이다. “(당신네 작은 나라와 달리) 우리는 네티즌만 6억5000만이다. 이렇게 안 하면 나라 유지가 안 된다.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에 약간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 묵묵히 인물동검을 받아들이는 지하철 승객들처럼 네티즌도 이런 정보 통제에 불만이 없을까. 디지털 정보가 광속으로 오가며 무한 복제되는 사이버공간의 통제가 과연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중국에서 페이스북에 접속할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상들이다.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