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요란…끝은 흐지부지 <소규탄결의문없이 끝난 유럽안보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KAL기 피격사건으로 대소규탄무드가 팽배한 가운데 막이 올랐던 마드리드의 유럽안보협력회의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대소규탄 공동결의문등의 채택없이 평행선상의 미소간 설전만으로 9일 폐막됐다.,
이날 상오10시정각 「카를로스」스페인 국왕부처의 도착과 함께 개회된 마지막날 회의에 첫연사로등단한 「슐츠」미국무장관은 『역사는 우리가 무슨 약속을 했느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약속이행여부로 우리들을 심판할것』 이라는 75년 헬싱키선언당시의 「포드」전미국대통령의 말을인용, 『소련의 야만적인 KAL기격추사건은 바로 이같은 공동의 약속에 대한 정면도전』 이라고 비난했다.
「슐츠」장관이 준비된 원고를 약30분간 차분히 읽어나가는 동안 회의장의 각국대표들은 묵묵히 경청했고 소련과 동구권대표석도 조용했다.「슐츠」장관의 연설이 예정됐던 이날회의장엔 「그로미코」소련외상은 불참했다.
회의장안팎에는 무장군인들이 요소요소를 경비하고 회의장출입자는 스페인당국이 발급한 출입증소지자라도 매번 신분확인과 소지품검사를 받았다.
마지막 회의여서 인지「카를로TM」국왕의 치사와 「슐츠」장관의 연설이 끝난뒤에는 다른 외상들의 연설이 계속되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대표보다는 회의장안의 코피숍등에서 환담하는 대표들이 더 많았다.
이날 폐회후 하오2시로 예고됐던 「슐츠」미국무장관의 기자회견에 대비, 많은 TV카메라맨들이 카메라를 설치하는등 부산을 떨었으나 이날상오 페회식전에 기자회견취소가 통고됐다.
당초 「그로미코」외상은「슐츠」장관과 만난 첫머리에 군축문제를 꺼냈으나 「슐츠」장관이 그보다는 KAL기피격사건에관해 이야기하자고 응수, 회담이 처음부터 난조를 보였다. 군축문제와 KAL기 사건으로 실랑이가 거듭되고 소련측이 KAL기사건에 대해서 더 이상 할말이 없다는 식으로 나와 결국 이날 미소회담은 장시간의 회담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진전이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유럽안보협력회의의 마지막날 회의장에 참석하지않고 파리로온 「그로미코」외상은 9일하오 엘리제궁에서 「미테랑」프랑스대통령과 2시간동안 회담했다.
회담을 끝내고 나온「그로미코」외상은 『「미테랑」대통령과 세계와 양국간의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 고 짤막한 설명만 발표했다.
이에앞서 「그로미코」는 마드리드에서 그를 맞기위해 먼저 도착해있던 「셰송」프랑스외상의 영접을 받았으나 두사람은 악수도 하지않아 그를 맞는 프랑스정부의 냉랭한 태도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마드리드=주원상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