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선거로 본 민심] 한나라 지지표 > 열린우리 + 민노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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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 지지층의 선거 이탈=지난해 4월 치러진 17대 총선 투표율은 60.6%였다. 이번 10.26 재선거의 평균 투표율은 40.4%로 20%포인트나 하락했다. 주원인은 여당 지지층에 있었다. 울산 북의 경우 투표자 수는 17대 총선보다 8000여 명 줄었다. 투표자 수의 감소로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 타격을 입었다.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을 찍은 사람은 1만243명이었지만 이번 선거에선 2711명으로 크게 줄었다.

민노당도 2만7212명에서 2만2835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한나라당 투표자 수는 오히려 4600여 명 늘었다. 부천 원미갑 역시 여당 지지층의 이탈이 뚜렷했다. 투표자 수는 17대 총선 때와 비교해 3만 표가량 줄었다. 이 중 열린우리당 투표자는 2만 명이, 한나라당 지지자는 3400여 명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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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도 비슷한 사정이었다. 열린우리당이 얻은 표는 17대 총선보다 2만6000여 표 줄었다. 한나라당 후보 역시 3만7316표에서 1만9143표로 감소하긴 했다. 그러나 당선 후 한나라당에 입당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무소속 홍사덕 후보가 1만7812표를 가져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표가 갈라졌을 뿐 한나라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은 17대 총선 규모 그대로 투표장에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 당직자는 "야당의 국정 심판론에 여당 후보는 실적론으로 대결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 전략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구도"라며 "여당 지지층이 투표장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재선거 참패 후 여권 내에서 분위기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진보 연정도 현재로선 역부족=10.26 재선거가 낳은 현상 중 하나가 민노당의 추락세다. 노동자가 밀집한 울산 북구(45.5%)를 제외한 대구 동을(2.0%), 광주(3.7%), 부천 원미갑(3.4%)의 득표율은 평균 3.0%에 머물렀다. 17대 총선 당시 민노당의 정당 득표율은 13.1%였다. 1년6개월 만에 두 자리 득표율에서 5% 미만 득표율로 뚝 떨어진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의 동반 추락은 소연정의 파괴력에 의문을 낳는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경기 광주와 부천 원미갑, 대구 동을 등 세 곳 선거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와 민노당 후보의 득표율을 다 합해도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에 밑돈다. 부천 원미갑을 예로 들면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은 50.5%로 열린우리당(33.4%)과 민노당(3.4%)후보의 득표율 합계를 크게 웃돈다.

◆ 대구 동을, 이강철의 힘=이번 재선거는 여권에 희망도 남겼다. 대구 동을의 경우다. 당 지지율 10%대,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 20%대라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는 44%를 득표해 17대 총선 당시보다 23%포인트나 더 얻었다. 15대 대선 이후 만년 야당 지역인 대구에서 여당 후보의 일꾼론이 힘을 보여준 셈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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