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크·블레어 언론 기고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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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시라크 "사회적 시장경제 지켜야"

유럽은 자유와 사회발전을 위해 싸워 온 공통의 기억을 갖고 있다. 유럽의 모델은 사회적 시장경제다. 공공당국이 전체 이익을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인간의 존엄이 사회의 중심에 있다. 이런 이상을 포기하면 유럽의 유산을 배반하는 일이 될 것이다. 프랑스는 유럽이 단순한 자유무역지대로 전락하는 걸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연대의 원칙에 근거를 두고 정치적.사회적 프로젝트를 재가동해야 한다. 세계화가 빚어내는 결과물에 대해서는 더욱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

몇몇 거대 기업이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실업자를 양산하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우리는 함께 대응해야 한다. 프랑스는 EU 집행위원회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주도권을 쥐고 대응해 나가길 바란다. 같은 맥락에서 바로수 집행위원장이 제안한 '세계화 충격 흡수 기금'에 대해서도 지지를 보낸다.

블레어 "유럽경제 더 자유화해야"

유럽은 장래 문제에 대해 심각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유럽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정치적 제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지도력의 위기다. 정치적 지도력은 각종 정책을 현재의 상황에 맞게 해야 하는 만큼 지난 50년간 유럽 지도자들이 한 것처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유럽 각국은 현존 사회안전보장제도 원칙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EU 경제를 자유화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EU 헌법을 지지하지만 많은 유럽인은 그것이 세계화, 일자리 보장, 연금, 삶의 질 등 전통적인 문제에 대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평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미국의 생산성 향상, 인도와 같은 국가들의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번영을 구가하면서 유럽 고유의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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