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기 수천대…거의 군용기 개조(아에로플로트)|대소 보복조치 계기로 살펴본 소민항기의 실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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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비무장 민간항공인 KAL기를 격추시킨 소련의 만행에 대한 보복조치의 하나로 소련국영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사 소속 항공기의 운항을 중지시키기 위한 서방측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소련국영항공 아에로플로트의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어디 어디를 취항하고 있을까. 자유진영의 대소보복조치를 계기로 아에로플로트의 실상을 알아본다.

<규모·항로>
아에로플로트사는 전세계항공사 가운데 그 규모가 가장 큰것으로 앝려져 있다.
국제선만도 세계 77개국 90개도시에 취항하는 아에로플로트는 직원수가 무려 50여만명.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댓수는 한번도 정확히 밝힌적이 없지만 항공전문가들은 수천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선 취항항로를 지역별로 보면 ▲동구를 포함한 유럽지역에 24개국 33개도시▲아시아지역에 25개국 28개도시▲아프리카지역에 22개국 22개도시▲미주지역에 6개국 7개도시(지난80년의 폴란드사태로 미국취항은 금지되었다).
이중 공산국가가 16개국, 자유진영이 24개국, 비동맹권이 37개국이다. <별표참조>
1923년 창설된 아에로플로트는 자유진영의 민항과는 달리 처음부터 국가경제의 한부분으로 출발했으며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다. 즉, 서방세계의 민항이 민간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상업적 항공인데 반해 소련의 아에로플로트는 군사적 목적이 아닌 모든 것, 예를들면 식량이나 의약품을 오지로 수송하는 일이라든지 화산관찰, 생태계조사·곡물파종·산불진화등의 일까지 하고 있으며, 헬리콥터에서 대형제트여객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비군사용 항공기가 아에로플로트의 소유다.
연간 여객수송은 80년의 경우 전세계 항공여객의 3분의1인 1억3백만명을 수송(국내선 포함)해 8억1천2백만달러의 국고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에로플로트가 이처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국내승객이 많기 때문.
항공료도 다른 사회주의국가와 마찬가지로 2중운임제도(Two tire system)를 채택,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비싼 요금을 내야하지만 내국인은 아주 값싼 요금으로 여행할 수있다.
모스크바에서 불라디보스토크까지 7천6백㎞(서울에서 LA까지는 1만2백㎞)의 내국인 편도요금은 1백92달러(한화 약15만3천원)밖에 안된다.

<기내서비스>
서방세계의 민항과는 달리 적자운영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아에로플로트는 국력과시라는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해 전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에 취항하고 있지만 형편없는 서비스때문에 좌석이용률은 아주 낮은 편.
국내선의 경우는 비행기를 탈때 승객이 손수 짐을 화물칸에 실어 날라야하는가 하면 국제선의 경우도 기내에 비품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한다. 여행도중 담배를 피울 수 없으며 따끈한 음식은 아예 기대할 수도 없다. 또 이륙전 승객들을 위한 안내방송도 하지 않는다. 한 외국인 승객은 아에로플로트를 타면 냉수 한잔 부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승무원의 표정이 굳어있다고 전했다.

<승무원>
아에로플로트의 승무원들은 늘 감독관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아에로플로트의 모든 항공기 조종석에는 당에서 파견한 감독관이 타고 있으며 승무원들은 외국공항에 내리면 소련대사관에 머물러야 한다. 대사관에 있는 동안에는 식사 및 잠자는 시간까지 통제를 받기 때문에 소련조종사들은 시간대가 바뀌는 데서 오는 생체리듬의 변화를 가장 잘견뎌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와같은 모든 조치는 물론 승무원들의 국외망명등을 막기위한 것이다. 운항승무원은 하이재킹을 막기위해 조종사들도 총기를 갖고있다.

<보유항공기>
아에로플로트가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의 숫자는 아직 한번도 정확하개 밝혀진적이 없다.「세계항공연감」에 따르면▲AN(안토노프)2가 수천대▲AN12 2백대▲AN22 40대▲AN24와 AN26이 6백여대이고▲IL(일류신)l8 2백50대▲IL62가 1백대▲IL76 10여대▲TU (투폴레프)104 70대▲TU134 3백50대▲TU154 2백여대▲TU144 5대▲YAK(야크)40이 6백여대. 이밖에도 수미상의 헬리콥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현재 아에로플로트의 주종여객기는 국내선에 취항하고있는 AN24와 국제선에 취항하고 있는 IL62, TU134, TU154등이다.
소련은 전통적으로 비군사용 항공기를 따로 개발하지 않고 군사용으로 만들어진 비행기를 개조하여 여객기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60년대 후반부터 초음속여객기 TU144(별명 콩코드스퀴)를 개발하는등 여객기 개발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이밖에도 소련의 민간항공상 「보리스·부가예프」가 모스크바올림픽을 앞두고 여객수송을 위해 『새로운 여객기를 개발하겠다』고 말한뒤 IL86(좌석3백50석)이 국제선의 주종기로 추가되었다. <김재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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