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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로 풀려나면 8억에 4억 더”… 장화식 먼저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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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를 비판하며 8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장화식(52·사진)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장씨는 2011년 유회원(65)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측과 “8억원을 먼저 지급한 뒤 유 전 대표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면 4억원을 추가로 준다”는 합의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5일 배임수재 혐의로 장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2004년 외환카드가 론스타에 흡수 합병되기 직전까지 외환카드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된 뒤 투기자본센터를 설립해 론스타 비판 활동을 주도해왔다. 그러다 2011년 9월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으로 서울고법에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던 유 전 대표에게 먼저 12억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장씨는 절충 끝에 8억원을 먼저 받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해 유 대표가 풀려나면 나머지를 지급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게 검찰의 조사 결과다. 이에 대해 장씨 측 변호인은 “8억원은 외환카드 해고자로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해고 기간의 임금을 받은 것일 뿐 투기자본감시센터 활동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유 전 대표가 구치소로 면회 온 부인에게 “장씨가 거액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은 접견 기록을 확보했다. 검찰은 당시 변호인들과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장씨는 유 전 대표로부터 8억원을 받은 뒤 합의서에 적힌 대로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유 전 대표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이 때문에 추가 금품 요구는 실행에 옮겨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장씨는 유 전 대표에게서 받은 돈을 자녀 유학자금과 펀드 투자 등 개인적 용도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일 새벽 유 전 대표를 체포해 자백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같은 날 오후 10시 장씨를 체포했다.

 앞에선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뒤로는 비리에 연루되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환경 운동가인 최열(66) 환경재단 대표는 2007년 경기도 친환경 산업단지 사업과 관련해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김백기·이유정 기자

시민단체 불법 논란 사례는

● 사법개혁국민연대 상임대표 정모씨
다단계 업체에 피해 입은 청각장애인 200명의 소송을 불법 대리해 소송 잔여금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2013년 8월)

● 환경재단 최열 대표
부동산 개발업체와 경기도지사 면담 주선해주고 1억3000만원 받은 혐의로 징역 1년 선고(2013년 2월)

● 전국소년소녀 가장 돕기 시민연합중앙회 사무총장 이모씨 등 3명
장학금 명목 기부금 23억원 중 1억3000만원 착복한 혐의로 구속 기소(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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