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 4인 '새만금 살리기 대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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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생명을 해치고 있는 일체의 행위를 참회드립니다.'

'하느(나)님, 새만금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주십시요.'

15일 오후 2시 1번 국도 오산-수원간 도로 위 비상활주로 구간. 새만금 갯벌을 살리겠다는 염원을 안고 삼보일배(三步一拜:세 걸음 걷고 한번 절하기를 반복하는 것) 수행에 나선 수경스님과 문규현신부, 이희운 목사, 김경일 원불교 교무 등이 막 오후 수행에 들어갔다.

수행자 네명은 절을 할 때 차량 배기 가스와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채 10분도 되지 않아 휴식을 취해야 했다. 강한 정신력이 아니라면 더 버티기 힘들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지난 3월 28일 전북 무안군 해창 갯벌을 떠났으니 이날이 49일째 수행이다. 몸은 이미 지쳤어도 오는 6월 3일 예정대로 광화문에 닿아 3백5㎞에 달하는 고난의 수행을 끝내려면 길을 재촉해야 한다.

이들은 지난 4일부터는 묵언(默言) 수행 중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려도 정치적 논리와 지역 이기주의에 끌리는 현실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라는 항의와 더욱 간절한 수행의 정신이 함께 느껴졌다.

수행자들의 뒤로는 수녀 10여명과 이원규 시인 등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들과 학생 등 1백50여명이 '죽음의 방조제를 생명의 늪으로'라는 구호를 가슴에 두르고 말없이 걸었다. 그 중에는 대안학교인 지리산 작은 학교의 학생 40여명이 끼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수행자들은 1분에 대략 스물 네 걸음 걷고 여덟번 절을 했다. 하루에 6천여 걸음과 2천 여회의 절을 하는 셈이다. 수행 초기엔 4백~5백m 걸은 뒤 쉬었으나 날씨가 더워진 지금은 2백50~3백m 마다 쉬어야 한다.

삼보일배는 부처님 앞에 인간의 탐욕과 무지, 폭력을 반성하는 불교 의식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환경운동에 힘을 모아왔던 수경 스님과 문신부 외에 개신교에서 전주 나실교회 담임 목사이며 기독생명연대 사무처장인 이 목사가 나서고 최근 원불교 성지인 전남 영광이 핵폐기장 후보지로 떠오르면서 김교무가 합세함으로써 이번 수행은 종교계 전체의 이슈로 떠올랐다.

18일에는 조계종 스님 1백여명과 불교 신자 등 3백여명이, 19일에는 개신교인 1백여명이 의왕시내 약 5㎞ 구간에서 이 수행에 동참할 예정이다.

수행단은 특히 천안부터 도시를 지날 때마다 교통 체증을 일으켜 시민들에게 미안해 한다. 한 천안 시민은 평택까지 일행을 찾아와 "차가 밀린다고 욕을 했는데 그 수행력과 기도하는 마음에 정말 놀랐다"면서 주머니 돈을 다 털어놓고 갔다는 전언이다.

차를 탄 채 '스님 힘내세요, 신부님 힘내세요'라고 응원을 보내는 시민들도 많았다. 얼마 전에는 장선우 감독과 배우 명계남.예지원씨 등이 다녀갔다.

삼보일배 진행단의 장지영 팀장은 "23일 서울로 들어서면 시민들에게도 삼보일배에 참여할 길을 열겠다"며 "생명을 살리는 고행길에 시민들의 동참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018-730-7775.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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