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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9)독도문제-제80화 한일회담(8)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덜레스시안을 알고 장면총리를 만나고 난후 나는 곧 내나름의 의견서 작성준비에 들어갔다. 제일 먼저 한것이 육당 최남선씨를 찾아보는 일이었다.
초안2조A항의 내용때문 이였다. 2조A항은 『일본은 한국의 독립을 승인하며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권원및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한국영토를 추상적으로 규정, 장차 분쟁의 여지를 남기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3천개 이상의 부속 도서를 갖고 있는데 이에 대한 표시가 전혀 없을 경우 만일 일본이 장차 순전히 형식적으로 이 조문을 해석, 섬들은 일본영토로 남아 있는 것이라는 억설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엄연히 우리 국토의 일부인 독도를 아직도 저희 것이라고 지금도 주장하는 일본이고 보면 그런 우려는 충분히 상정될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 부산 동래방면에 살던 육당을 만나 역사적으로 보아 멀리 떨어져 있는 섬으로 우리 영토로 주장될 수 있는 섬들이 무엇무엇인가를 알아보았다.
육당은 과연 기억력이 좋은 분이라 독도의 내력을 당장에 내가 확신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설영해 주었다. 다음 나는 대마도에 관해 『이대통령은 대마도도 우리 영토라고 수차 말씀했는데 근거가 확실합니까』하고 물었더니 육당은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이대통령은 정부수립 이틀후인 48년8월17일 기자회견을 통해『일본에 대해 대마도의 반환을 요구한다』는 등 대일강경정책을 밝혀 일본안에 큰반향을 불러 일으킨바 있다. 이대통령은 조선왕조시대 편찬된 『동국여지승여』(1480년간)등의 책에 대마도가 신라령이었다는 기록에 근거해서 그처럼 주장했다. 그의 이 주장은 1942년11월 임정 구미위원부시절 중화민국 호세택 외무차관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도 언급했었다고 임병직 전 외무장관은 회고록에서 밝히고 있다.
또 미군정시절인 48년1월27일 입법강원의원 90명중에서 60명이 대마도 반환요구 청원서에 서명해 제출한 일도 있었다. 이대통령은 48년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이 주장을 잊지않았다. 이박사는 자신을 초청해준「맥아더」 원수와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개선을 권유하는 「맥아더」 원수에게 『그러기 위해서 일본은 우리의 영토인 대마도와 36년간 착취해간 우리의 재산을 반환해야한다』 (48년 10월19일)고 응수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대마도에 대한 역사적 논거를 물어봤는데 육당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그대신 새 지석을 하나 주었다.
목포와 일본의 장기, 중국의 상해를 잇는 삼각형의 중심쯤 바다에 「파랑도」라는 섬이 있는데 표면이 대단히 얕아서 물결 속에 묻혔다, 드러났다 한다는 것이었다. 「파랑」이라는 것은 풀이 파랗게 났대서 하는 말인지, 물결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한대서 「파랑」이라는 것인지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그것은 우리나라 영토로 차제에 확실히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육당은 지적했다.
육당의 말에 내가 광희한 것은 물론이다. 만일 이 섬이름을 대일강화조약속에 명기시키게 되는 날에는 우리나라는 제주도 훨씬 서남방으로 영역을 넓히게될 것이니까.
파랑도에 관해서는 그해 여름 한국산악회 홍종인씨(언론인·현국정자문위원)가 주동이 되어 우리 해군의 협조아래 일본 해군수로부에서 발행한 해도를 가지고 실지답사를 했으나 끝내 발견하지 못한 에피소드도 있다.
덜레스시안에 명기되지 않았던 독도문제는 그러나 7월7일 발표된 초안에는 제주도·거문도 울릉도를 포함한 한국영토로 좀더 구체화됐다.
그러나 우리는 독도는 우리의 영토임이 명백하지만 이것을 명기해 두지 않으면 장래 말썽이 날 여지가 없지 않다는 점에서, 그리고 파랑도는 실존 여부가 확실치않아 자신이 없었으나(파랑도 실존여부조사는 의견서 작성후에 이루어졌음) 비록 실존하지 않는다해도 넣어서 해로울게 없다는 점에서 각각 강화조약 제2조에 추가해줄 것을 요구했다.
총망중 부득이한 일이기는 했지만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정식외교문서에 실존하지 않은 섬이름을 적어 우리 영토라고 주장한 것은 지금 생각하면 실수였다고도 생각된다. 강화조약에는 이 부분은 추가되지 않았다.
당시 연합국이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여 독도를 조약2조에 명기했더라면 한일간의 불씨 하나를 제거할수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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