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방송위원들 '그들만의 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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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6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회관 19층에 있는 방송위원회 위원장실과 부위원장실은 텅 비어 있었다. 벌써 일주일째다.

노성대 방송위원장과 이효성 부위원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로 방 구경도 못했다. 19층에 얼굴을 내민 건 딱 한 번, 그것도 엘리베이터 안에서였다. 노조원들의 구호만이 복도를 떠다닐 뿐이다.

같은 시간 전경련회관 19층. 방송위원 9명이 중국음식점에 모였다. 노조를 피해서였다. 부위원장 선임 절차를 문제삼으며 '특단의 조치' 없이는 복귀하지 않겠다던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도 함께 했다. 방송위원회 측은 "정상화가 시작됐다"고 자평했다. 내홍이 끝났다는 선언이었다.

과연 그럴까. 방송위는 이미 출발부터 만신창이 신세가 됐다. 노조는 "2기 방송위는 정치적 야합의 산물"이라며 위원회 재구성을 요구 중이다.

일부 위원에 대한 자질론 시비가 공론화돼 앞으로 영(令)이 서길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방송위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떤 방송위인가. 2000년 독립 기관으로 출범하는 데 1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시계 바늘을 뒤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러면 정치권과 방송위원들이 노조나 시민단체가 물러설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 우선 3년 후 또다시 밀실 인선이라는 비판이 일지 않도록 방송위원 선임절차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기준을 정해 공개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정치적 고려와 관계 없이 선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방송위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편지 답변까지 공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방송위는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시간이 없다. 방송위원 9명이 똘똘 뭉쳐 내부 단결만 강조한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문제를 야기한 측에서 전향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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