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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의 色다른 세상] 소리의 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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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이 대목에서 진짜 음에 색깔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만하다. 이 질문의 정답은 '그렇다'이다. 음에도 분명 색깔이 있다. 그리고 이 색깔에 민감한 사람을 '색청자(色聽者)'라 부른다.

사실 이런 주장은 멀리 고대 아테네에서 기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름다운 소리를 낼 때 거문고의 현을 관찰한 뒤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각 음소의 구성비율과 아름다운 색을 만드는 각 색소의 구성비율은 동일하다. 따라서 아름다운 소리는 곧 아름다운 색이고, 색과 소리는 서로 대체될 수 있는 관계에 놓여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뿐 아니다. 근대 물리학의 아버지로 프리즘을 이용, 빛과 색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아이작 뉴턴. 그도 프리즘의 7색을 1옥타브의 음계에 대응시켜 음과 컬러의 관계를 설명했다.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는 한발 더 나아가 "노랑은 트럼펫의 날카로운 음색을, 빨강은 저음의 첼로 음색을 표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공감각'은 일반적인 일로 8명 중 1명은 청각적 자극으로 특정 색을 연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러시아의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특히 색과 음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음계에 색을 직접 대입하려는 구체적인 시도를 했다. 쉽게 말해 도는 흰색, 레는 노랑, 미는 파랑, 파는 녹색, 솔은 갈색과 녹색의 중간, 라는 장밋빛, 시는 어두운 청색으로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정했다. 소리와 색에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헝가리의 유명한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는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지휘를 하면서 "강하게 연주해야 할 땐 '검은색', 작게 연주해야 할 땐 '분홍', 여리게 연주해야 할 땐 '노랑'이라고 말하겠다"고 말해 단원들을 당황케 만들기도 했다.

음악심리학자들도 음과 색이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악기로 말하자면 피콜로 같은 악기가 내는 높은 음에는 노랑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고, 트럼펫의 음에는 다홍이나 빨강 같은 채도가 높은 색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명도는 음의 고저와, 채도는 음의 날카로운 정도와 관련이 있다.

이상희 컬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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