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익유선의 온건한 보복책 과연 소서 압력느낄까 <레이건 대소초치 발표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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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레이건」대통령의 5일 연설은 예상했던대로 소련에대한 강경한 대응책을 담고 있지 않다. 백악관측은 이미 하루전부터 이날 있을 대통령의 연설이 『지구를 뒤흔들 성격은 아니다』라고 지나침 기대를 하지않도록 기자들에게 예고했었다.
일부에서는 소련 외교관일부를 추방하라든가, 미소곡물협정을 폐기하라든가, 쿠바로 가는 소련 수송선에 제재를 가하라는 등의 여론이 있었지만 적어도 의회지도자들은 「레이건」이대통령의 온건한 반응에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있다.
한국의 입장으로 보면「레이건」대통령의 연설내용 수준으로 과연 소련이 압력을 느낄까 큰 의문이지만 미국측은①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에 이번사건의 해결과정이 미칠 정치적 영향 ②나토우방이 그동안 우려해 온 「레이건」행정부의 냉전성향③아프가니스탄·폴란드 사태를 통해 미국의 대공산권 제재조처가 대부분 미국 이익에도 피해를 준다는등의 요인들을 이번사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크게 의식했던것 같다.
연설에 앞서 마려된 브리핑에서 한 미국기자는 『「레이건」대통령이 지금까지 말해온 강한 표현에 비해 이건 형편없는 대응이 아닌가』고 소리쳤다.
그러나 미행정부의 입장은 사건초기부터 굳어져있었다.
미국정부는 KAL기사건발생 초기에 이미 이 사건에 대처하는 미국의 기본입장은 미국이 이 사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는 성격규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희생자중에 미국시민이 포함되어 있다는 측면에 대해서 「부분적인 쌍무관계」가 있다고 사건후 첫 브리핑을 한 국무성관리는 설명했다.
격추당한 여객기가 미국국적기가 아니므로 그런 입장은 무리가 없는것이다. 그러나 이 여객기의 출발지와 최후 기착지가 미국이고 25%이상의 희생자가 미국시민이었다는점을 고려할때 사건 초기부터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어야할 긴박한 필요는 없었다고 볼수 있다.
미국측 입장은 이사건이 미국과의 문제가 아니고 문명된 국제사회 전체와 소련과의 문제임을 강조함으로써 앞으로 소련에 대해 취할 대응책이 국제사회의 공동행동으로 나타나고 그결과 소련을 국체사회에서 고립시키는것이 이사건을 미소대결의 틀에 묶언호는 것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인 듯 하다.
그러나 그런 장점이 있다는 것을 일단 수긍하고 볼 때 미국이 츃나 기본입장은 미국이 소련에 대해 단독적인 대응조처를 취할 필요성을 일거에 제거해 버렸다는 사실이 명백해 진다.
뉴욕 타임즈지는 미국이 이사건을 미소간의 『쌍무적문제가 아님을 애써 강조함으로써 모스크바와의 대화를 계속할수있는 문호를 열어놓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대응조치를 검토함에 있어서 스스로 세워놓은 지침은 이번 사건이 미소간에 진행되어온 여러갈래의 대화채널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따라서 제네바에서 곧 재개될 핵감축협상이나 마드리드에서 열릴 계획인 미소외상회담은 그대로 추진할뿐 아니라 내년초를 목표로 추진되고있는 미소정상회담을 위한 노력도 계속할것이라고 국무성 관리들은 밝히고 있다.
마찬가지로 아프가니스탄사태에 대한 보복으로 중단했다가 지난 8월에 다시 체결한 대소곡물수출협정과 이밖의 교역관계도 이 사건에 대한 대응조처에서는 제외된것이다.
선거의 해를 앞두고 「레이건」행정부는 이번 사건처리가 갖는 정치적 효과에 크게 신경을 쓰고있을 것은 짐작할만 하다.
국내문제해결에 있어서「레이건」대통령이 지금보다 더 보수적인 정책을 취하지않는다고 불만을 품고 있는 일부 우파세력들은 이번 사건에서 「레이건」대통령이 강경한 대응조처를 취하고있지만 장기적으로 보아 온건한 대응조치가 「레이건」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에 유리할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있다.
뉴욕 타임즈지는 단기적으로 이번사건은 국방성예산통과, 중미정책및 유럽미사일 배치등 국내외 정책에서 「레이건」행정부의 입장을 크게 강화시켰다고 지적했으며 ABC-TV도 이사건으로 「레이건」행정부는 이들 문제에 대해 『꿈이나 꿔볼만 했던 호기를 잡았다』고 평했다.
지금까지 미국내에서 뿐아니라 유럽에서 「레이건」행정부의 대소정책이 지나치게 호전적이라는 비난이 일었었다.
이때문에 유럽 미사일배치, MX미사일생산, 중미에대한 군사개입등 「레이건」행정부의 정책들이 난관에 봉착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소련의 호전성을 극적으로 노출시켰기 때문에 소련의 호전성을 강조해온 「레이건」정책이 지나친것이 아니었다는 여론을 불러 일으켜 이상의 정책들에 대한 저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장 두 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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