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은 즉각 사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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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련의 야만적인 집단살인 행위를 규탄하는 세계인들이 목소리를 합치고 있다. 소련은 귀를 막아도 그 분노의 소리를 들을것이고, 눈을 감아도 자신의 도덕적인 파산을 매질하는 양식있는 사람들의 성난 모습을 보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워싱턴의 백악관 앞길과 샌프란시스코의 소련총영사관 앞을 비롯하여 세계의 도처에서 집단살인마를 단죄하는 시의가 벌어지고 있는데서도 소련은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얼마나 비인도적이고 잔악한 것인가를 새삼 깨달을 것이다.
더군다나 유엔안보리까지 긴급소집되어 소련의 만행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게 되었으니 소련은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파문당하는 입장에 몰리고 있는 꼴이다.
그마당에 피로써 역사를 만도는데 익숙한 크렘린당국은 비운의 사고기가 첩보활동을 위해서 소련영공을 침범했다고 생떼를 쓰고 있다. 네살짜리의 천진난만한 어린이에서 육순 노인에 이르기까지의 다국적승객 2백69명을 태운 「첩보기」를 소련이 전략적인 성역으로 생각하는 지역의 상공에 띄워보낼수 있다는것은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소련다운 발상이라는 생각에 우리는 다시 한번 몸서리를 친다.
소련은 지금 정상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사고와 행동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소련에 대해 지금 그들이 할수 없는 일과 해야할 일을 새삼스럽게 교시해야하는 입장에 선다.
소련은 한편으로는 사고해역에서 증거인멸 작업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KAL여객기 격추를 정당화하라고 버둥대고 있다.
그러나 소련에게는 불행하게도 사고기를 향해 .발진한 소련전투기조종사가 지상기지에 KAL기를 향한 미사일발사와 명중을 보고하는 육성이 일본과 미국의 레이다장치에 생생하게 녹음되어 있다. 일본정부는 소련이 끝까지 집단살인 행위를 부인하면 요지부동한 이 증거물을 세계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만행의 은폐와 정당화, 이것이 바로 소련이 어떻게 발버둥을 쳐도 할수없는 일임을 거듭 상기시켜 둔다.
소련이 해야하는 일도 분명하다. 어제도 이자리에서 언급했지만 소련은 만행을 즉각 공식 시인하고, 과실을 말없는 사자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또 하나의 범죄행위를 중단해야한다. 그리고 피해당사국들에의한 사건의 진상조사와 사고해역의 답사에 협조하고, 피해국가들과 유족들에게 사죄하고, 격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한다.
희생자들과 기체에 대한 배상에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고, 앞으로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는것을 공개적으로 약속해야한다.
한국을 비롯한 피해당사국들은 세계여론을 동원하면서 공동보조를 취하여 소련을 굴복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소련은 한소간에 외교관계가 없는것을 구실삼아 한국과의 직접교섭을 피할것으로 짐작되기때문에 미국과 일본의 적극성이 요청된다.
솔직이 말해서 우리에게는 분노한 세계여론이라는 무기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경제적 외교적 대소압력수단을 갖고있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이 가까운 시일안에 예정된 소련과의 주요 회담이나 협상을 취소 또는 무기 연기하고 미국의 대소 곡물수출계약취소를 포함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진지하게 검토할것을 촉구한다.
소련은 목소리에만 실리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분노와 항의에는 언제나 둔감한 나라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사건자체가 민간항공기에 대한 무력행사라는 점을 감안하여 미국을 비롯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회원국들은 소련항공기의 자국취항권의 취소나 횟수제한, 소련에 대한 비행정보 제공의 거부같은 조치도 검토해야한다.
우리 자신은 한·미·일을 주축으로하는 합동조사단의 구성과 파견을 서두르면서 소련서 열려는 스포츠행사와 그밖의 각종 회의를 보이코트하여 소련응징의 결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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