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원점으로 돌아간 중동사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년9월 아스라엘의 레바논침략때 어쩌면 그 사태의 처리는 중동평화를 위한 건설적이고도 효과적인 협상으로 연결될는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높았다. 싫건 좋건간에 사태해결을 주도하지 않을수 없었던 미국이 야심적인「레이건평화안」 이라는것을 낸것도 그런 기대의 원인도 되고, 결과도 되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레이건」평화안은 사실상 백지화하고 레바논내전이 재발하여 레바논사태뿐 아니라 중동사태 전체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것같다.
아랍-이스라엘 분쟁이라고도 부르는 중동사태를 해결하는 대전제가 팔레스타인 피난민들에게 나라를 되찾아주는 일이라는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다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옛 땅의 대부분은 오늘의 이스라엘이라는 어쩔수 없는 현실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거기서 나온 일종의 현실적인 절충안이 이스라엘 점령하에 있는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해방」시켜 요르단-팔레스타인 연방을 세우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런 「레이건」평화안은 이스라엘의 점령지로부터의 철수와 요르단왕국 및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협상참여 없이는 출발조차 할수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베긴」이라는 초강경파가 수상으로 있는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은 양보할수 없는 이스라엘 고토의 일부라는 생각에 추호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갖은 특혜를 베풀면서 정착사업을 확장해왔다.
이것은 「레이건」평화안에 대한 난폭한「발길질」이요, 캠프데이비드 합의에 따른 시나이반도반환 이상은 아랍세계에 추호도 양보할 뜻이 없다는 이스라엘의 완고한 결의의 반영인것이다.
이스라엘의 그런 태도를 읽은 요르단과 PLO가 「레이건」평화안에 일방적인 열의를 보일리가 없는 일이었다. 요르단-팔레스타인연방 창설에는 적어도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아랍수건파 국가들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데, 작년9윌 레바논사태로 미국의 위신과 신뢰가 땅에 떨어져 온건파 국가들은 미국의 하는 일에 선뜻 지지태도를 분명히하지 못한다.
이런 사정 아래서라면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수도베이루트 정도에 미치는 레바논에서 여러파를 대표하는 민병대의 충돌로 내전이 재발하는것은 시간문제였다고 하겠다.
어떤 사람들은 「베긴」수상의 사임발표가 중동평화의 청신호일지 모른다고 낙관한다. 그러나 「베긴」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사람들도 「베긴」 못지않은 강경파 시온주의자들이니 기대만큼 실망이 크지 않을수 없다.
중동평화를 갈구하는 지구촌사람들은 그래서 이스라엘 국민들의 슬기와 비전에 막연한 기대를 걸 뿐이다. 「시몬·페레스」의 노동당은「레이건」평화안과 유사한 방안을 지지한다.
따라서 「베긴」사임이 노동당내각을 탄생시키거나, 국회 해산으로 총선거가 실시될 경우 노동당이 승리하면 중동평화의 전망은 한층 밝아질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성이 희박한시나리오라는것이 안타까울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