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진사람·더 배운사람이 더 큰 부정을 저지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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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회정화, 도덕적 사회질서를 바로 하는것은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갖지못한 사람보다 가진 사람, 배우지 못한 사람보다 배운 사람이 솔선하고 수범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아무리 제도가 좋고 운영의 묘를 기한다 할지라도 종사하는 사람의 자질이 부족하고 양식이 없다면 그것은 사상누각이 될것이다. 남이야 어찌되든 나만 잘 살자는 생각, 땀을 흘리지않고 쉽게 벌자는 생각, 이런 부조리가 사회의 상층부에서부터 뿌리뽑히고 말살되지않는한 불신풍조는 사라지지 않을것이며 사화정화니 도덕적 사회질서니 하는 말은 요원한 남의말이 되고말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것은 비단 나만이 아니리라.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의 작고 후미진 구석구석엔 작은 힘이지만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려는 인정이 있고 이웃의 불행에 가슴 졸이며 아파하는 「사촌」들이 숨쉬고 있음을 본다. 그들의 검게 그을린 얼굴위로, 굵은손 마디마디에 희망의 햇살이 힘께 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내일이 우리 모두의 내일로 성큼 다가서길 한발짝씩 다가오도록 가올의 문턱에 기대해본다.
수뢰·횡령·부정-이런 사회악을 저지른 사람은 어김없이, 그것도 대형사건일수록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갖지못한 사람이 아니라 가진 사람, 배우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배운 사람이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사람됨이 아닌가 싶다. 지키는 사람 열이 도둑 하나를 잡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어느날 신문인가 「마을금고 또 4억원 횡령」이란 5단기사 바로 옆에 이런 기사가 있었다. 「대학생들이 학우돕기장학금」. 대학생들이 여름방학동안 피땀흘려 번돈의 일부를 동료 학생들의 학비로 내놓았다는 미담이었다. 나는 이들 학생들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가 그들보다 나이가 많은 기성세대라는 의미에서.
×이 고기맛을 알면 빈대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돈도 돈맛을 아는 사람이 잡아먹는다는 말이 된다. 돈맛을 아는 사람이란 돈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병폐는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가지려는데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엔 왜 돈맛을 즐기려는 풍조가 팽배해 있는 것일까. 우리는 왜 나만을 의식하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왜 내가 더욱 잘 살기 위하여 가난한 남을 울리는 일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것일까.
모질고도 지리한 무더위가 가실 듯 가시지 않고 그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데 무더위 보다 더욱 숨통이 막히는 불상사가 연일 지면을 어지럽히고 있어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M그룹사건·상호신용금고·마을금고·학교은행 등의 부정사건이 그것이다.
M그룹사건의 충격을 철퇴로 맞은 충격이라고 한다면 신용금고나 마을금고사건의 충격은 바늘로 뼈를 쑤시는 아픔이라고 할까. 앞의 사건으로 연유된 피해자가 고소득층이요, 여유자금 보유층인데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그 피해자가 여유가 없는 영세층이요, 따라서 수효도 많고보니 아픔과 분노가 뼈에 사무치는 것이다.
대저 은행이나 신용금고등 남의 돈을 관리하는 기관의 생명은 신용이 아니던가. 올들어, 전국 6개 신용금고 임직원들이 횡령한 예금액이 무려 1백억원으로 추정된다니 과히 그들의 신용이 땅에 파묻혔다고 할만하다.
저축기관의 신용이 추락한데는 그 제도적 허점이나 운영의 부실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전국적인 신용금고의 수는 2백48개. 그중 57개 업소가 작년 하반기부터 금년 상반기까지 1년사이에 허가된 것이라 하니 제도적으로 완벽하지 못하다는것은 뻔한 일이다. 그러나 제도적인 허점이 그들 기관의 부패를 가져온 첫째 원인이라고 하기는 곤란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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