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카페] '앙겔루스 노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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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루스 노부스/진중권 지음, 아웃사이더, 1만4천원

세간에 알려진 진중권(40.사진)은 전투적인 논객이다. 글의 신랄함과 공격 대상의 폭넓음에서 그를 따를 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등에선 그가 극우주의자로 규정한 이들의 언어 폭력을 되받아치더니, 최근엔 진보진영에 대해서도 싸움걸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래저래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만 일부에선 이 때문에 그를 '독립적인 지식인'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그가 문필가로서 처음 주목받은 건 사실은 일련의 미학 관련 책을 통해서였다. 미학을 전공한 그가 펴낸 첫 저서인 '미학오디세이 1.2'는 시인 황지우로부터 상찬을 받았을 만큼 많은 팬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고 , '춤추는 죽음 1.2' 역시 죽음에 대한 관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서양 미술을 통해 추적한 역저였다.

이번 신간도 저자의 이런 내공을 확인할 수 있는 미학에세이다.'월간 우리교육'에 연재한 것을 일부 손질해서 낸 이 책에서 그는 서양 미술을 탈(脫)근대의 관점에서 읽어내고 있다.

그는 근대 미학을 '인식의 미학'혹은 '수동적 미학'이라고 비판한다. 근대에 와서 예술은 현실과 관계없는 향유의 대상,값싸게 팔리는 문화상품이 되었으며, 결국 삶(존재)과는 유리된 한낱 장신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을 콘서트홀과 미술관 안에 감금시킬 게 아니라 생활의 복판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게 이른바 '존재 미학'이다.

예를 들어 서양 미술에 자주 등장하는 에로스는 고대 그리스 시대만 해도 정신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기독교 문명은 정신과 육체, 이성과 감각을 분리했다. 그 결과 자학적 금욕주의 혹은 무절제라는 일탈이 생겼고 에로스는 더 이상 충만한 삶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치부됐다.

책 제목인 앙겔루스 노부스는 파울 클레가 1920년에 그린 그림에서 따왔다.'새로운 천사'라는 뜻.

저자는 '죽은 자들을 깨우고 패배한 자들을 다시 한데 모으는' 신천사의 모습을 통해 문명의 황폐화에 저항하고, 근대 정신이 그동안 억눌러왔던 생의 에너지를 되살리자며 글을 맺는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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