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구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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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해구환을 정력체로 복용한 사람들이 납중독증을 일으켰다.
그 약을 한달동안 복용한 사람의 소변에선 5백마이크로그램의 납성분이 검출됐다.정상적인사람의 납허용기준치는 1백50마이크로그램. 정상의 무려 3배다.
조사결과 이 해구환엔 ·224%의 납이 들어 있었다. 나흘만 먹어도 중독되는 양이다.
그 약의 성분표엔 화려한 정력제가 나열돼 있다.
해구편 이외에 인삼·숙지황등 43종.납성분을넣었다는 표시는 없다. 아마도 환을 만들때 들어간 것으로보인다.
그래서 「우황청심환」「해구환」등을 복용한 사람이 가끔 복통을 일으키고,치료를 받지않으면혼수상태에 빠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물론 가짜약일경우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지난 5월에도 우황청심환의 장복위험을 경고한 논문이 있었다.
우황청심환을 만드는 29종의 한약재 가운데 수은과 황의 화합물인 광물질 주사가 몸속에서 분해돼 장기에 축적되는 바람에 수은중독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작년에 서울대생약연구소는 우리나라에서 강장제로 흔히 쓰는43종의 생약가운데 12가지가 독성이 있다고 발표했다.목통·세신·죽시호·창출·큰엉겅쿼등.
이번에 문제가 된 해구환은·동물성 약재인 해구신을 주재료로 하고 있다.
해구는 바로 물개다 배태평양특산인 이 바다짐승은 네다리가짧고 오리발처럼 돼있어서 헤엄치는데 능숙하다.
주로 물속에서 놀면서 물고기와 연체동물을 잡아 먹고 산다.
수컷은 길이가 2·4m,몸무게가 2백25㎏되는 강대한 것도있다. 늦은 봄께 땅에 올라와 교미한다.
수컷 한마리가 보통 20∼30마리의 암컷을 거느리고 산다.
한약재의 해구신은 물개과 동물의 음경이나 고환을 건조한 것이다.그때문에해구신은 보신·강정제로 알려져 있다.
그 약효는 주로 상형약능론(signatura plantarum) 을 따른것이다.사람 모양을한 인삼,힘센 해구에게서 강정을 얻을 수있으리란 연상에서 취해진 생약이다.
그 기원은 또 중국 양자강 문화권의 관습이라고 한다. 염제 신농의 의기참조를 따르고 있다.
불로장수와 경신연년을 기약한도가와 신선가의 발생도 그 흐름이다.·연단·약석은 모두 양생사상의산물이었다.
진시황이불로장생약을찾아3천명의동남동녀를 봉래산으로 보냈다는 설선화도 그래서 나왔다.그러나 장수·강석을특히 좋아하는 것은 한국인인 것같다. 몸에 좋다면 개나 뱀은 물론지렁이나 사람의 태반도 찾아나서고 있다.그런때 해구환 중독사고는우리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외제 선호도,당국의 무관심도문제다. 이제 정신을 가다듬고무언가 사람답게 사는데도 신경올써야할 때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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