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이제는 대한민국 영토까지 양보할 셈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의 수정 검토 의사를 밝혔다. 우리가 북한을 '사실상의 정부'로 인정하고 있는 현실을 영토 조항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토 조항은 우리의 정통성과 직결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영토 조항은 이런 정통성 있는 '남한정부'가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임을 규정한 헌법정신의 근간 중의 근간이다. 또 이 조항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의지'를 담은 헌법 제4조와 함께 우리의 통일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우리 국민도 지난 반세기 동안 이런 통일정책에 동의해 왔다고 본다.

물론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남북관계는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였다. 따라서 언젠가는 이런 변화를 반영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북한은 남한의 적화를 규정한 노동당 규약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 심지어 90년대 초반 남북 고위급 회담 당시 북한은 우리 영토 조항이 '흡수통일 음모의 상징'이라며 철폐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영토 조항에도 불구하고 남북은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교류협력을 가속화해 왔다. 정상회담까지 열렸고, 인적.물적 교류는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왜 통일부 장관이 앞서서 이 문제를 제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 장관은 영토 조항을 손질해야 할 배경으로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을 들었다. 그러나 이 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했다. 영토 조항을 수정할 근거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정 장관의 발언은 시기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이렇게 민감한 이슈를 불쑥 던지니 그 배경에 의구심이 간다. 특히 이번 언급은 강정구 교수 사건을 계기로 벌어지고 있는 여권의 '북한 감싸기'로 비춰질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