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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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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아마존이 어떤 곳인가. 길이 6800km로 남미대륙을 횡단하면서 세계 최대의 수량을 자랑하고, 1000개도 넘는 지류와 3만 종이 넘는 수목과 무수한 동식물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산소의 4분의 1을 대주는 지구의 허파이자 심장이며 인류가 부여잡을 수 있는 신의 선물을 가장 많이 부둥켜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멘소레담, 많은 화장품과 향수, 항생제, 비아그라의 원료는 물론 암과 에이즈 치료제로 개발할 묘약의 식물도 분명 그곳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마존은 오랫동안 호기심의 등불을 밝히고 만나기를 학수고대했던 곳이다. 그러나 막상 그곳과 대면하자, 경이로움을 넘어선 경건함에 가슴이 저렸다. 온갖 감탄사를 수북이 준비하고 갔음에도 쓰지 못했다. 자연이 가진 힘을 한눈에 보여주는 자연의 성지이자 지구의 성지인 아마존 앞에서 그저 마음을 가다듬기만 했다. 거대한 녹색 바다인 정글과 굽이굽이 흐르는 강은 시간을 삼킨 듯 유장(悠長)해 보였다. 강에 배 띄우고 저어나가면 모든 소리는 그저 침묵으로 표백되고 밀림 속을 걷다 보면 그곳의 인디오들처럼 소리 없이 말할 수 있을 듯 고요함이 깊었다.

아마존은 느림의 즐거움과 빠름의 쾌감을 동시에 일러주는 곳이자 '가장'의 집합지이기도 하다. 가장 느린 동물 나무늘보(Sloth), 가장 빠른 치타, 가장 영리한 돌고래, 가장 큰 물고기 피라루쿠, 가장 작은 원숭이, 가장 큰 연꽃 등 진기한 동식물의 보고다. 제8의 대륙이라는 정글의 지붕, 캐노피(Canopy)에서는 땅에 발 대지 않은 채 나무의 머리만 밟고 수천 km까지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숲이 촘촘하다.

무엇보다 아마존에서는 아주 특이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바로 지구의 입 냄새다. 그러나 구수했던 향기는 얼마 전부터 악취를 풍기기 시작했다. 무분별한 개발과 훼손이 만들어낸 변화다. 하루에 축구장 100개 크기의 밀림이 벌목, 농작물 재배, 도로 건설 등의 이유로 파괴되고 있어 아마존이 신음소리를 낸 지 이미 오래다. 아마존의 훼손은 스스로 우리의 목을 조여 가는 행위다. 열대 우림이 훼손되면 그곳에 살고 있는 엄청난 동식물의 생존도 위태로워진다. 이들의 건강한 순환고리는 인류의 생존을 지켜주는 보호대이자 지구의 앞날을 진단해주는 감지시계다.

편함만을 추구하며 개발하는 데 열중하다 보니 지구는 뜨거운 주전자처럼 달구어져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말 쓰나미로 시작된 지구의 재앙은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중미의 폭우, 파키스탄의 대지진까지 그 행보가 심상치 않다. 어쩌면 우리는 오랫동안 자연을 착취하고 고문한 대가의 계산서를 받아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카팍스는 아마존 열대 우림 보호에 온 인류가 힘을 모으지 않는다면 어느 전쟁보다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늘 물이 넘쳐서 좀처럼 그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던 아마존! 지금 그는 스스로의 가슴을 찢어 우리에게 긴급 SOS를 타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강원 시인·세계장신구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