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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라도 SW 등 실용지식 쌓으면 취업 길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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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문계 취업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대학구조 개편 카드를 빼들었다. 이공계 인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요구에 맞춰 인문계 정원을 줄이는 등 수요·공급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년째 대학구조 개편을 외쳤지만 성과는 미미하고, 실질적인 취업난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인문계 전공자들의 좌절감도 커지고 있다. 취업의 문턱을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을까. 대기업 인사담당자들과 취업준비생들에게 각각 취업준비생이 준비해야 할 것과 기업·사회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우선 인사담당자들은 바늘구멍처럼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려면 ‘실무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C그룹 인사담당자인 A씨는 “이공계 지원자들의 경우 대학 교육과정 자체가 실습 위주여서 당장 실전에 투입할 수 있지만, 인문계 지원자들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이 전혀 달라 다시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실용 학문을 겸비하고 직무에 맞는 실무 경험을 쌓은 ‘즉시 전력(戰力)’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K그룹의 B씨 역시 “하루라도 빨리 자신이 일하고 싶은 직무를 정하고 그에 맞는 경험을 쌓아야 취업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누구나 하고 있는 마구잡이식 스펙 쌓기는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인사담당자들은 “여러 대학이 잇따라 추진 중인 학문 간 융합이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문학 전공자라고 해도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래밍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을 경우 다양한 전형으로 입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의 경우 인문학 전공자들에게 6개월여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수료하면 소프트웨어 직무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SCSA(Samsung Convergence Software Academy) 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실무 경험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다른 분야의 지식이나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늘려 달라”는 것이다. 국문과 졸업 후 취업을 준비 중인 이모(27)씨는 “실무경험을 쌓으려고 눈을 씻고 찾아봐도 기회 자체가 너무 적다”며 “인턴도 취업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어렵다”고 말했다. 국사를 전공하고 경제학을 복수전공한 주모(26·여)씨도 “취업에 유리한 상경계열은 너도나도 복수전공을 하려고 몰리기 때문에 학점 순으로 일부만 선발한다”며 “학교가 다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길을 넓혀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무형 인재’나 ‘융합형 인재’가 되려고 해도 그 길 자체가 막혀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취업 전형과 비싼 취업비용도 고통스럽다. 기업마다 스펙을 한 가지씩만 요구해도 지원자는 수십 가지의 스펙을 준비해야 한다. 사회교육을 전공한 이모(27)씨는 “이것저것 다 준비하려면 매달 학원비에 생활비까지 수십만원 이상 드는데, 시간이 없어 아르바이트를 못하고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것도 괴롭다”며 “취업준비생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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