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약한 한국영화, 작년 관객수 15%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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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해 한국영화는 ‘명량’ 같은 사상 초유의 흥행작을 배출했지만, 전반적인 관객 수는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외국영화 관객 수가 크게 늘어 전체 관객 수는 전년처럼 2억1000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이 같은 내용의 ‘2014 한국 영화산업 결산’보고서를 2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 수는 1억770만 명. 2013년의 1억2797만 명보다 15.4%나 줄어들었다. 한국영화 투자수익률도 하락세가 뚜렸했다. 2012년 13.3%, 2013년 14.1%까지 치솟았던 것이 지난해에는 0.3%에 그쳤다. 투자수익률은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총제작비 10억원 이상 또는 전국 개봉 스크린 수 100개 이상인 67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관객 수 800만을 넘긴 속칭 대박영화는 여럿 나왔지만 관객 수 500~800만 사이의 이른바 ‘중박’ 흥행작이 사라진 점이다. 2013년만 해도 ‘7번방의 선물’ ‘설국열차’ ‘관상’ 같은 속칭 대박영화 외에 ‘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중박영화가 4편에 이르렀던 것과 대비된다.

 반면 외국영화 관객 수는 2013년 8606만 명에서 지난해 1억736만 명으로 24.8%나 늘었다. ‘겨울왕국’ ‘인터스텔라’처럼 1000만 관객을 넘긴 외국영화가 2편이나 나왔고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5편도 400만 관객을 넘겼다. 앞서 2013년엔 400만 관객을 넘긴 외국영화가 ‘아이언맨 3’(900만), ‘월드 워Z’(523만) 뿐이었다.

 흥미로운 건 전체 관객 수는 전년보다 0.8% 증가에 그쳤지만 극장 매출액은 7.3%가 증가한 점이다. 영진위는 이를 요일·시간에 따라 극장 요금이 차별화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했다. 또 VOD 등 온라인 시장의 매출도 전년보다 11%가 늘어나 영화산업 전체 매출은 사상 처음 2조 원을 돌파했다. 한국영화의 관객 수 감소를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 영진위 정책연구부 박주영 연구원은 “영화산업 전체 규모나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며 “한국영화 관객 수가 3년 연속 1억 명을 넘어선 것도 놀라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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