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over Story] "싼 PDP 들고 델이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델이 지난달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PDP-TV를 공개했다. 최고경영자 마이클 델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블룸버그]

세계 PC 시장 1위인 델이 이르면 내년 1월 한국 TV시장 공략에 나선다.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에 못지않은 인지도를 갖춘 델이 국내 제품과 비슷한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을 경우 국내 TV시장에 가격 파괴 바람을 몰고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델코리아는 다음달 국내 시장에 프린터를 출시하는 데 이어 내년 1월부터 TV 제품을 판매할 방침이라고 24일 밝혔다. 시판 전자제품의 구색을 갖춰 국내 전자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는 전략이다. 델코리아는 현재 미국 델 본사가 판매하고 있는 LCD와 PDP TV 제품군을 그대로 국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델코리아는 PC와 마찬가지로 기존 통신판매와 인터넷쇼핑몰, 기업 특판을 통해 TV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진군 델코리아 사장은 "TV 겸용 LCD모니터와 시장이 중첩되는 LCD TV보다 이번에 본사에서 선보인 PDP TV의 출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델은 미국 시장에서 PC에서 디지털카메라까지 모든 디지털 가전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제품은 HD급 셋톱박스 내장형 기준으로 37인치 LCD제품의 경우 2299달러(약 230만원), 42인치 PDP TV는 2499달러(약 250만원)다. 이는 LG전자 37인치 LCD제품(가장 싼 모델)이 335만원, 삼성전자 42인치 제품이 330만원 선임을 감안하면 최고 100만원 이상 싼 가격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이레전자 등 국내 전문업체와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다. 지금까지 델코리아는 PC를 미국 본사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에 팔아왔다. 최근 한 사이트에서 공동구매한 델 24인치 와이드 LCD모니터는 삼성전자 제품보다 60만원 이상 싼 12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HD급 대신 SD급 제품으로 저가시장을 공략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에는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부터 42인치 SD급 일체형(셋톱박스 내장형) PDP TV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LG전자도 지난달 비슷한 제품을 선보였다. 200만원 내외인 이 제품은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고 가격도 싸지만 HD 방송을 볼 수 없다. 화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겠다는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델이 HD급 제품을 비슷한 가격대에 내놓으면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델이 당장 삼성과 LG의 벽을 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워런티(보증)를 돈을 받고 따로 파는 미국과는 달리 무상 애프터서비스 요금이 제품가에 포함된 국내 실정에 맞춰 서비스망과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과 LG가 가격을 내려 맞대응에 나서면 가격을 무기로 선전해왔던 중소 TV업체들도 타격받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국내 TV 생산업체의 재편이 예상된다.

영상기기 전문 사이트인 디스플레이뱅크 관계자는 "디지털 기기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내년 초 델.HP 등의 TV가 선을 보이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며 "LCD나 PDP TV를 사려면 최소한 올 연말의 가격 동향을 살펴보고 난 후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