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금리 1% 시대 … 체감금리는 -0.37%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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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2% 마지노선’이 본격적으로 붕괴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에 ‘1’자를 붙이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정기예금·적금 등 주요 수신싱품의 기준금리를 0.1%포인트씩 일제히 인하했다. 대표 정기예금 상품인 ‘S드림 정기예금’ 기본 금리(1년 만기)가 2%에서 1.9%로 떨어졌다. ‘S드림 적금’도 1년 이율이 1.9%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기 예·적금 금리가 1%대로 진입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19일 주요 예금(거치식·적립식) 금리를 일제히 0.1%포인트 내렸다. ‘우리사랑나누미’ 등 일부 정기예금 상품 금리(1년 만기)가 1.9%가 됐다.

 앞서 기준금리 인하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한국씨티은행과 지방은행들까지 합하면 이제 1%대 금리는 대세다. 1년 만기 기준으로 씨티은행 프리스타일 정기예금은 1.6%, 농협 채움 정기예금은 1.98% 금리를 준다. 광주은행 그린스타트 정기예금은 1.92%다. 신한과 우리가 2%를 놓고 벌였던 ‘눈치 게임’을 접으면서 국민·기업·하나 등도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조만간 금리를 내릴 방침이다. 역마진 우려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로 떨어진 지도 석 달 넘게 지났다”며 “고객들의 심리적 충격이 있겠지만 국고채 등 시장금리가 역대 최저이고, 대출금리를 내리는만큼 예금금리도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금리는 더 낮다. 금리가 1.9%인 정기예금 상품에 1년간 5000만원을 넣어두면 이자소득세와 주민세(15.4%)를 제한 이자가 약 79만원이다. 예금주가 얻는 금리는 1.5%를 조금 넘는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물가상승률(1.9%)보다 낮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셈이다. 이 같은 기조는 지난해보다 더 뚜렷해졌다. 지난해 정기예금 신규 가입자들이 받은 평균 금리는 연 2.42%다. 소비자물가 상승률(1.3%)을 뺀 실질금리가 1.12%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바탕으로 한 체감금리(명목금리-기대인플레이션율)도 하락세다. 2013년 -0.29%던 체감금리는 2014년 -0.37%로 더 떨어졌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맡길수록 손해를 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돈은 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 총 예금은 지난해 11월말 1075조원으로 1년 전(1010조원)보다 65조원 가량(6.5%) 늘었다. 반면 예금 회전율은 지난해 11월 3.7회로 2013년 12월(4.1회)보다 떨어졌다. 사람들이 은행 계좌에 넣어둔 돈을 인출하는 횟수가 뜸해졌다는지 뜻이다. 돈을 굴릴 다른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서다. 실제 제2금융·상호금융권에서도 고금리 주는 곳을 찾기 힘들어졌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 정기예금(1년 만기) 평균 금리는 2.76%, 신협은 2.67%를 기록했다.

 떠도는 돈도 급증하고 있다. 단기금융상품에 집중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지난달 29일 98조3042억원을 기록했다. 올들어 15조9000억원이 늘었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증권사 CMA잔액도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47조원대에 진입했다. 은행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36조728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1% 늘어났다. 시장 변동에 따라 언제든 돈을 빼 신속하게 대처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장·단기적으로 모든 금리가 다 떨어지고 있어 소비자가 고수익 금융상품을 찾기 힘들어졌다”며 “기업뿐 아니라 가계도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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