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측근 연형묵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 연형묵(73.사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22일 사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연 부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임을 받아온 측근으로 1990년대 초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측 수석대표로 나서며 남북 기본합의서 작성에 깊숙이 간여했던 인물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영춘 총참모장과 백세봉 국방위 위원 등 당.정.군 최고위직 49명으로 국가장의위원회를 구성, 국장으로 장례를 치른다고 전했다. 연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에서 췌장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췌장암이 사망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양창석 통일부 홍보관리관은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당시 남북관계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연 전 정무원 총리의 사망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홍보관리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의 공식적인 조의 표명 대신 당국자의 언급을 통해 조의를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과 대북 전문가들은 그의 사망이 남북관계나 북한 내 권력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남북한관계 연구실장은 "그는 최근 수년간 노령.병 등으로 실질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정치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김정일 위원장에 충성했다는 점에서 북한 내에서 상징적인 위치를 인정받아온 것 같다"고 했다.

체코서 유학 … 남한에도 잘 알려진 온건파

◆ 연형묵 누구인가=그는 남쪽에는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각종 남북 접촉 때 부드럽고 온건한 태도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항일 빨치산 유자녀인 그는 만경대 혁명학원과 체코 프라하 공대를 나온 '혁명 2세대'다. 88년 정무원 총리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남북 고위급회담이 중단되기 직전인 92년 12월 노동당 자강도당책임비서로 강등됐다. 그러나 그곳에서 중소형 수력발전소 건설 등을 통한 '자력갱생' 정책을 추진, 성과를 인정받아 98년 국방위 위원으로 복귀했다. 북한은 그의 성과를 '강계정신'으로 평가하며 주민을 독려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6.17 면담에 배석하기도 했으며, 8월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 아리랑 공연을 관람할 때도 자리를 같이했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