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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3년 전 카드대란 벌써 잊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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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용카드 회사들이 수익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말까지 쌓였던 부실자산을 웬만큼 털어냈으니 이제는 부담 없이 본격적인 돈장사에 나설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회원가입 허용과 현금서비스 위주의 영업 전략은 재고돼야 한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2002년 신용도를 따지지 않는 '묻지마'식 '길거리' 회원 모집으로 호된 곤욕을 치렀다. 외형 경쟁에 치중한 무차별적인 카드 발급의 결과 부실자산이 급증하는 바람에 일부 회사는 파산 지경에 이르렀고, 금융시장에 막대한 혼란을 불러왔다. 여기다 신용카드 남발은 가계 빚 급증과 신용불량자 양산 등 국민경제의 부담을 키웠다. 그 후유증으로 빚어진 소비 위축은 최근까지 경기 부진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길거리 모집은 하지 않고 있으며, 경품이나 이자 할인 서비스 등 최근의 이벤트사업은 실적이 있는 회원을 상대로 한 선별적인 마케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은행 거래 고객에 대한 할당식 회원가입 권유나 백화점.할인점 내에서의 회원가입 권유는 신용도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길거리 모집과 다를 게 별로 없다. 또 이벤트성 마케팅 역시 개인의 충동적인 소비 욕구에 의존하는 후진적인 영업 방식에 불과하다. 결국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하지 못하다 보니 구태의연한 영업방식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외형 경쟁이 계속될 경우 카드사의 부실화와 가계 빚 확대라는 제2의 카드대란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드사들은 과거 카드대란의 교훈을 되새겨 서비스 차별화를 바탕으로 한 정도(正道)경영을 하기 바란다. 또 금융감독 당국도 카드사의 과열 경쟁이 자칫 금융 불안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감독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