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주변국 조롱하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중앙일보

입력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 그리고 당신이 총리로 있는 일본의 국회의원 195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차례로 참배한 소식을 듣고 참으로 안타깝고 애타는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물론 주변국들이 지난 몇 년동안 수십차례에 걸쳐 태평양 전쟁의 전범이 안치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단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완전히 무시하는 당신의 행동에 이젠 분노를 넘어 절망감까지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지난 9월 30일 당신의 나라 오사카 고등법원에서도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위헌이라고 결정했음에도 당신은 개인 자격 참배라는 해괴한 논리를 앞세우고 당신네 나라 국회의원들은 마치 기독교인이 교회를 가는 것과 비유하며 자국의 법마저 무시하고 있습니다.

한일 수교 40주년의 깊은 우호 관계는 당신의 거듭되는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교과서 왜곡등 무례한 행위로 그 빛을 잃었음을 알고 있는지요. 우리 정부와 국민은 모든 일본 사회가 우경화된 비양심적 사회가 아님을 믿고 일본과의 우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일본내 시민사회와 연대를 지향해 왔음도 알고 있는지요.

그러나 이번 당신과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우리 국민은 일본 최고 정치인들의 기본적 과거 인식 수준에 더 이상 신뢰를 보낼 수 없는 인내의 한계에 다다렀음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 최고 책임자가 개인적 자격으로 전몰자 추도방법을 선택해 개인의 소신으로 할 수 있는 그런 차원이 아님을 정녕 모르는 것입니까.

그 곳은 헤아릴수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절망에 빠뜨리고 세계의 평화를 위협한 최고의 범죄자들이 묻힌 곳으로 이에 대해 참배하지 말라는 우리의 요구가 어찌하여 내정 간섭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당신의 양심에 되묻습니다.

한 국가의 총리로써 벌써 다섯 번이나 전범들에게 참배하면서 주변국들을 조롱하는 당신의 역사 의식은 무엇이며, 당신의 그러한 행동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나아가 진정한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길에 얼마나 큰 해악을 주고 있는지 당신은 알아야 합니다.

이미 우리의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에게 반성할 것이 있으면 반성하고 배상할 것이 있으면 배상하라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우리를 무시하는 당신과 한일간 우호를 논하며 아무일 없는 듯 지속하는 것은 우리 민족적 자존심에 먹칠을 하는 일로 분명히 당신은 그에 대한 댓가를 치를 것입니다.

본인은 당신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저해하는 인물임을 감히 말하며 당신은 물론 당신네 나라 국회의원들에게 이제 전 세계는 더 이상 일본의 우경적 작태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전하고자 합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격언을 당신께 상기시켜 주고 싶습니다. [디지털국회 이영일]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