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원 전면수사를 계기로 살펴본 실태|다루기 힘들면 쇠고랑남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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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담장위의 높다란 철조망과 창문을 에워싼 쇠창살.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기는 방마다 땟국에 절은 팬츠나 트레이닝복을 입은 반나 (반나) 의 환자들이 4∼10명씩 살을 맞대어 누워 있었다.
경찰의 일제수사를 계기로 또 한번 관심의 대상이 된 기도원의 실태다. 그러나 기도원 운영자들은 국가수용시설의 절대부족으로 오갈데없는 환자들을 사재를 들여 돌보고 있다며 기도원 존재의 정당성을 강변한다. 기도원이 안고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의 해결없이 수사만으로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인가. 기도원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혜생원>
안성읍에서 3km가량 떨어진 대덕면 건지리산47. 안성∼경부고속도로국도변, 민가와 동떨어진 야산기슭에 자리잡은 이 기도원은 대지2백평, 건평 1백52평에 4개의 단층 슬레이트 건물로 이뤄졌다. 수용자72명(남44·여28)은 2∼5평 크기의 방 l5개인데 한방에 보통 4∼10명씩 분산돼 들어있다.
기도원의 담장과 환자방의 창문은 환자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1·5m높이의 철조망과 쇠창살이 설치돼 있다.
환자들은 대부분이 20, 30대나 60세이상의 노약자도 6명이나 된다.
학사출신으로 결혼에 실패, 신경쇠약에 걸려 수용됐다는 30대여자로부터 전직중학교 교장을 지낸 60대 노인,아버지를 살해했던 정신병자등 각양각색.
이들의 증상은 불면증 환자로부터 신경쇠약증·피해망상증·정신분열증등 정신질환자들이 대부분.
D여대 출신의 진경난씨(34·서울방배동)는 78년 남편과 이혼후 신경쇠약증세를 앓아 치료를 받았으나 하루 1만8천원에 이르는 개인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이곳에 들어왔다.
엄영창씨 (62·전직교장·강원도영월군) 는 정신질환치료를 받다 재산을 모두 날리고 7년전 아들들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들어왔다.
환자수용비는 1인당 1개월에 3만∼7만원.
보호자가 기도원측과 협의, 여유있는 사람은 1개월에 7만원을 받고 생활이 곤란한 사람들로부터는 3만원 정도를 받고있다.
그러나 보호자들중에는 행방을 감춰버리는 경우가 많아 현재 보호중인 72명중 15명은 돈을 전해받지 못하고 있다.
무인가 사설요양소인 이곳은 기독교 감리회 혜생교회 장로인 원장 이상두씨(47)가 지난73년 부랑아동을 위해 사회사업으로 세운것.
그러나 군이나 기타 기관에서 전혀 보조를 받지못해 보호자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월3백여만원의 수용비와 논 1천5백평과 밭2천평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때문에 치료는 엄두도 못내고 관리인 4명만이 이들을 감시 수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말이 수용이지 감금상태나 마찬가지다.
증세가 .심한 사람은 발에 쇠사슬을 채워둔다.
피해망상증 환자인 강기호씨 (60·수원시) 는 지난80년부터 발에 쇠고랑을 차고 지냈다.
특히 강씨는 지난5월4일 동료2명과 함께 쇠창살을 뜯고 기도원을 빠져나갔다가 이틀만에 가족들에 의해 다시 넘겨진 뒤에는 손에도 쇠고랑이 채워졌다.
또 윤영철씨 (28· 안성군)도 지난달 중순 식구들이 보고싶어 야외작업중 도망가다 구속된 노승희씨에게 붙잡혀와 기도원안 마당의 나무에 묵인채 30여분 동안을 각목으로 전신을 얻어맞기도 했다는것.
관리인 조봉준씨(61)는『발작증세가 심한 환자는 흉기로 사람을 해치거나 기물을 부수고 방에 대·소변을 마구버려 묵어둘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관리인들은 발작증세가 심한 환자는 손발을묵어 1·5평 크기의 「회개실」 이라는 콘크리토 밀실속에 가둬둔다는것.
여환자인 진은영씨 (30)는 지난달 20일 발작을 일으켰다가 구속된 노영희씨로부터 나일론끈으로 손과발이 묶여 이틀동안 회개실에 갇혀 지냈다.
이들에 대한 치료는 하루 세차례씩의 기도가 유일한 수단.
원장 이씨가 상오6, 11시와 하오5시에 l시간씩 세차례 기도, 안정을 되찾게함으로써 치료를 대신하는정도다.
이때문에 완쾌되어 나가는 환자는 거의 없는 상태.
병이 악화되는등 환자가 죽으면 가족에게 연락, 사체를 인도한다.
환자들이 종종 탈출을 시도하는것도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는데다 식사와 환경이 나쁘고 치료를 기대할수 없기 때문.
『보리밥에 짠 김치와 국 한그릇이 고작인 음식은 도저히 먹을수 없다』는 윤석희씨(29·여·서울청운동)는 치료는 고사하고 먹는것이나 제대로 먹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환자들의 더 큰 고통은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것.
진경난씨는 『2년동안 한번도 찾아주지 않는 친정식구들이 야속하다』 면서 『더이상 이곳에서 인간이하의 생활을 하지 못하겠다』 고했다.<안성=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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