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지는 '새 검찰총장 정상명'] 검사 반발 무마하며 검찰 개혁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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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21일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 교정작품전을 둘러보고 있다. 천 장관은 작품 개관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임 검찰총장은 내부에서 신망받는 적임자를 찾겠다"고 말했다. 광주=양광삼 기자

김종빈 전 검찰총장의 뒤를 이을 신임 검찰총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사법시험 17회(1975년 합격) 동기인 정상명 대검 차장으로 굳어지고 있다. 안대희 서울고검장도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고 있다.

검찰총장 후보 추천에 대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행보가 다소 빨라짐에 따라 신임 검찰총장 임명도 다음주 초에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헌정 사상 첫 수사 지휘권 파동 이후 청와대와 여권이 강도 높은 검찰 개혁 추진을 공언하면서 외부 인사가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결국 일선 검사들의 동요를 잠재우는 동시에 인사를 통한 검찰 수뇌부 물갈이를 고려해 내부 인사 발탁 쪽으로 기울었다.

◆ 왜 내부인가=먼저 수사 지휘권 발동 사태로 어수선해진 검찰 내부 분위기를 추슬러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 제도와 관련된 개혁도 시급한 과제다.

실제로 김 전 총장의 사퇴가 수리된 16일 이후 정치권 등으로부터 검찰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가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선 검사들이 크게 동요했다.

천 장관이 검찰 경험이 없는 변호사 출신인데 검찰총장까지 외부 인사로 채워질 경우 정치권에 검찰 조직이 완전히 장악되는 사태로 이해되고 이로 인한 내부 반발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차기 검찰총장이 외부에서 올 경우 잠복 상태인 검사들의 불만이 터져나와 집단행동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이 때문에 한때 사시 14회인 정홍원 전 법무연수원장, 사시 16회인 김성호 국가청렴위 사무처장 등 검찰 출신 외부 인사의 기용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천 장관은 고심 끝에 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정 차장을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적임자로 보고 안 고검장과 복수 후보로 청와대에 추천한 것으로 분석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 차장이 정책기획력이 뛰어나고 여야 정치인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안 고검장이 대선 자금 수사를 통해 보여준 강단있는 모습과 검찰 내부의 평판을 무기로 변수가 되고 있다.

한편 21일 광주 비엔날레에 참석한 천 장관은 "굳이 외부에서 인물을 영입하는 것보다 내부에서 신망받는 적임자를 찾아 제청하겠다"고 내부 인사 발탁을 기정사실화했다.

◆ 수뇌부 대폭 물갈이 예고=정 차장이 신임 총장이 되면 검찰 조직은 인사 태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사시 동기가 검찰총장이 될 경우 동기생들이 용퇴하는 관행 때문이다.

일단 검사장 자리 최대 아홉 자리가 공석이 된다. 검찰총장보다 선배인 사시 16회인 서영제 대구고검장, 임내현 법무연수원장을 비롯해 총장과 동기생인 5명이 용퇴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대구고검 차장 자리가 비어 있다. 사시 21~23회 검사들이 검사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보인다.

사시 합격자가 300명이었던 23회 출신의 첫 검사장 기용은 검찰 내부에서 큰 관심거리다. 40여 명이 검찰에 남아 있어 검찰 인사 때마다 고민거리였다. 승진 대상자로 황희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 박한철 서울중앙지검 3차장, 차동민 안산지청장, 조근호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등이 거명된다.

후임 검찰총장의 인선 이후 뒤따를 후속조치로 강정구 교수에 대한 구속수사 방침을 정한 검찰 지휘부를 문책할지도 관심거리다.

◆ 정상명은 누구=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정 차장은 일선 검사 시절에는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금융사기 사건, 새마을운동본부 비리 사건 등 대형 사건을 수사했다. 서울지검 2차장,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특수 수사와 법무 행정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차장은 참여정부 출범 후 강금실 장관 체제에서 법무부 차관에 파격적으로 발탁됐다. 검찰 내 서열 파괴 인사의 상징이 됐다. 노 대통령의 17회 동기 중 연수원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이번 수사 지휘권 파동 때도 특유의 친화력으로 동요하는 검찰 조직을 추슬러 사태 악화를 막았다"고 말했다. 당시 정 차장은 "이대로 있으면 뻔뻔하다고 하지 않겠느냐"며 김 총장과 동반 사퇴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부하 검사들이 만류했다.

김종문 기자<jmoon@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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