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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계의 무한도전 ‘이영돈 PD가 간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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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호 24면

이영돈(59) PD가 간다. 이번에도 현장이다. 다만 착한 식당으로 국한된 게 아니라 전국 팔도를 헤집고 다닌다. 공소시효가 지났어도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여다 보는가 하면, 마음을 울리는 사연을 가진 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온 스태프가 머리를 맞대기도 한다. 소재로 승부를 내는 탐사 프로그램이 아닌, 이벤트로 접근하는 새로운 탐사란 어떤 것일까. 1일 오후 8시 30분 JTBC ‘이영돈 PD가 간다’의 첫 방송을 열흘 앞둔 그를 지난달 22일 서울 상암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JTBC서 새 프로 시작하는 이영돈 PD

새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KBS ‘추적 60분’이라는 정통 탐사프로그램이 시작된지 32년이 지났다. 이후 스토리가 강화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등장했지만 그 뒤로 새로운 형태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무한도전’처럼 매회 특집으로 꾸며지는 탐사 프로그램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영돈 PD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뭔가 일을 벌리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줄 계획이다.”

이미 착수한 프로젝트가 있나.
“물론이다. 7개 팀이 있는데 모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첫 회는 ‘그놈 목소리’에 등장했던 이형호 유괴 살인사건으로 잡았다. 목소리가 남아있는데 공소시효(2006년) 만료까지 잡히지 않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다. 그래서 현상금 아니 사례금 3000만원을 내걸었다. 당사자 본인이 와도 받을 수 있도록. 단순 고발만 하는 건 아니다. 10대 점쟁이를 찾기도 하고, 치매 환자를 만나기도 한다. 주제를 살리되 재미와 감동 둘 다 잡고자 한다.”
사실 그가 탐사 카드를 다시 꺼낸 건 놀라운 일은 아니다. 1981년 KBS 입사 이후 호주 이민자 방송, SBS와 채널A를 거치면서 늘 탐사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첫 아이템이었던 그놈 목소리를 재조명하는 것 역시 끝나지 않은 숙제와 새로운 사명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34년째 탐사를 하고 있는데 그 매력은 뭔가.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하면 사회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만들기 쉽지 않은 영역이지만 그만큼 파급력이 있다. 99년 ‘술ㆍ담배ㆍ스트레스에 관한 첨단보고서’ 6부작에서 간접흡연의 실체를 처음으로 다뤘다. 방송 다음날 바로 방송국에서 실내 금연을 실시했고 법제화까지 이어졌다. 이렇듯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게 진짜 탐사의 묘미다.”

원래 건강 문제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기획할 때 늘 생존에 대해 고민한다. 사람이란 기본적으로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나긴 어렵다. 다만 어떻게 건드릴까의 문제인데 ‘생로병사의 비밀’ ‘마음’ 등 추상적인 담론에서 소비자나 먹거리처럼 점차 구체화됐다고 보면 된다. 먹는 것은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형태로 다시 한번 다루고 싶기도 하다.”
오랜 시간을 두고 쌓아온 신뢰는 그를 ‘믿고 보는’ 보증수표로 만들었다. 이영돈이라는 이름 석 자가 붙으면 그만큼 믿음이 더해졌다. 카메라를 들고 직접 뛰다 보니 이제 어딜 가도 알아보는 통에 현장 취재가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찾는 곳도 늘어났다. JTBC ‘에브리바디’의 진행자로 예능 출사표를 던진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가 있나.
“예전에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을 진행하다 내가 빠지고 프로그램명도 ‘소비자고발’로 바뀌니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다. 이름을 알리고 싶어서 그런 건 전혀 아니다. 다만 프로그램 제목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명쾌해야 시청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한다. 상징화 작업이랄까. 피터 제닝스나 돈 래더처럼 앵커로부터 뉴스가 연상되는 것은 선진국에선 매우 흔한 일이다.”

그럼에도 본인이 더 잘 소구하는 매력이 있다면.
“사실 아주 초창기부터 화면에 등장했다. 시청자를 대신해서 실험을 하고 간접 경험을 하다 보니 ‘아, 이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믿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아나운서처럼 말을 유려하게 하는 것도 아니지만 현장에 있었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을 하니까. 예전에는 표현력이 부족한 것 같아 음식 관련 책을 많이 읽고 단어도 정리해봤는데 한 입 먹고 ‘숲속을 거니는 기분’ 같은 말은 닭살 돋아서 못하겠더라. 전부 편집해버렸다.”

예능 도전은 어떻게 하게 됐나.
“호기심의 발로.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편이다. 더이상 교양이니, 예능이니 하는 영역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보와 재미 중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까의 문제지. 하지만 녹화를 끝내고 나면 즐거움과 괴로움이 혼재하는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5번째 방송사에 둥지를 튼 그를 두고 개그맨 유재석은 ‘이적의 아이콘’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허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어떤 채널을 통해 방송되느냐보다는 내가 무슨 콘텐트를 만들어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 기획제작사 ‘이영돈 PD와 함께’를 설립하고, 언젠가는 이영돈 채널을 꿈꾼다는 그의 도전은 아직 현재진행형인 듯하다.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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