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의 기다림, 연장서 울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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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호 01면

고마워 차두리 31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대한민국과 호주의 결승전에서 차두리가 상대 수비와 볼을 다투고 있다. 경기 직후 네티즌들이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차두리 고마워’를 입력하면서 이 문구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뉴시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렸던 한국 축구의 도전이 호주에 막혀 아쉽게 끝났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1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1976·80·88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준우승을 거뒀다. 마지막 우승은 1960년 서울 대회였다. 호주는 200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편입 이후 세 번째 출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국, 호주에 1-2 석패 … 아시안컵 정상 무산

전반 중반까지 경기 흐름을 주도한 한국은 전반 45분 호주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호주 미드필더 마시모 루옹고(23·스윈든타운)가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찬 기습적인 중거리슛이 한국 골문 오른쪽 구석을 갈랐다. 이번 대회 네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던 골키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도 손을 쓰지 못하고 첫 골을 내줬다.

한국은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 손흥민(23·레버쿠젠)이 기성용(26·스완지시티)의 패스를 받아 넘어지면서 왼발 슛으로 골망을 갈라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한국의 아시안컵 통산 100번째 골이었다. 그러나 연장 전반 15분 호주 미드필더 제임스 트로이시(27·쥘테 바레험)에게 결승골을 내줬다. 오른 측면에서 토미 유리치(24·웨스턴시드니)에게 돌파당한 뒤 허용한 크로스를 골키퍼 김진현이 쳐냈지만 트로이시가 곧바로 밀어넣었다.

120분 혈투에 체력이 떨어진 한국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대표팀 은퇴경기에서 120분 풀타임을 뛴 차두리(35·서울)는 후배들을 다독였지만 못내 아쉬운 듯 고개를 떨궜다. 이날 선제골을 넣은 호주 루옹고는 대회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아시안컵 우승은 실패했지만 한국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5개월 만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대회를 마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우리가 우승을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우승 트로피만 갖고 있지 않을 뿐 많은 사람들에게 우승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줬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 성과는 잘 싸워준 모든 선수들이 함께 거둔 결실”이라며 “한국 축구가 미래를 향해 잘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회견 말미에 “진심으로 느끼는 것이 있어 한국어로 준비한 게 있다”며 종이를 꺼내 직접 써 온 글을 한국어로 읽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 관계기사 14p

시드니=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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