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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마을 농성 천막 강제 철거로 충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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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호 02면

31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관사 건설현장에서 주민이 망루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제주=뉴시스]

평화로운 어촌마을과 해군기지의 공존은 불가능한 것일까. 31일 제주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관사 건설현장에서 주민과 해군이 충돌했다.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지난해 10월 25일 공사 현장에 농성 천막을 설치하고 투쟁을 벌인 지 99일 만이다.

주민·용역 직원 등 4명 부상 … 해군 “관사 건설 못 미뤄”

이날 오전 7시25분쯤부터 노란 글씨로 ‘집행’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적힌 검은 조끼를 입은 장정 100여 명이 마을 주민들이 설치한 농성 천막 강제 철거에 나섰다. 해군 측이 고용한 용역 직원들이다. 이날 행정대집행에 나선 해군 측은 “관사 건설현장 앞에 공사 방해를 위해 무단 설치한 천막과 차량 등을 법적 절차에 따라 철거하겠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철거가 시작되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 등 100여 명은 경찰·해군에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고성과 욕설이 쏟아지는 가운데 주민·활동가·용역 직원 등 4명이 부상을 당했고 14명이 연행됐다. 경찰은 병력을 본격 투입해 오후 2시30분쯤 농성 천막 주변을 둘러싼 주민과 활동가들을 끌어냈다. 한 시간 뒤인 오후 3시30분쯤에는 천막을 모두 철거했다. 강제 철거 시작 직후 조경철 강정마을 회장 등 주민들이 전날 설치한 망루 꼭대기에 올라 쇠사슬로 몸을 묶고 경찰과 대치하다 오후 9시쯤 망루를 내려왔다.

 해군은 “더 이상 공사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군 관계자는 “작전 필수요원과 가족이 거주할 관사를 오는 12월 기지가 완공되는 시점에 맞춰 건립해야 한다”며 “관사 건립에 찬성했던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가 제주도민에게 약속한 국책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군은 지난해 10월 14일 강정마을 9407㎡ 부지에 전체 면적 6458㎡, 72가구(지상 4층·5개 동) 규모의 군 관사 건립 공사를 시작했다. 당초 616가구 규모로 지을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발과 토지 매입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이를 72가구로 축소했다.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기지 반대단체는 해군이 공사를 시작하자 공사장 출입구에 농성 천막을 설치하고 저지 투쟁을 벌여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31일 오전 일본 출장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뒤 대책회의를 열고 “군 관사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행정대집행이 이뤄져 유감”이라며 “주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협조체계를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beno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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