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외채문제의 재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해 주요 개도국의 채무상환 불능으로 인해 야기되었던 국제금융 불안이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드는가 했으나 최근 브라질의 대외채무지불중단으로 재연되고 있다.
세계최대의 채무국인 브라질의 상환불능은 그 동안 외채위기에 몰려있던 멕시코, 아르헨티나, 폴란드 등 중남미, 동구권으로 확대되어 세계적인 채무불이행사태를 촉발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제1, 2차 오일쇼크로부터 빚어진 개도국의 채무불능은 이제 IMF(국제통화기금)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 국제상업은행의 긴밀한 협조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느낌이다.
사실 작년만 해도 국제금융기관의 전폭적인 협조로 외채위기는 일단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이긴 했었다.
그러나 올 들어 대표적인 채무국인 브라질의 경제정책조정실패로 채무불이행까지 가자 다시 한번 국제금융불안이 세계적인 관심사로 등장하게 됐다.
브라질의 채무상환능력 상실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 채무국들에도 교훈을 주고 있다.
브라질이라면 석유를 빼놓고는 각종 자원이 풍부하게 있는 자원보유국으로서 외채를 갚지 못할 국가는 아니라고 평가를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79년 이후 계속된 세계경기침체로 일차상품가격이 하락하고 수요가 줄어들자 국제수지에 큰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경제공책이 효율적으로 운용되어야 했으나 그렇지가 못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일찍이 임금 등에 물가연동제를 채택하여 국내경제를 잘 조정하고 있다고 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 방만한 경제운용이 인플레이션의 상승작용을 유발하여 소비자물가가 1백10% (82년3월∼83년3월)나 뛰어오르는 결과를 빚어냈다.
그 위에 외채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면서 재정·금융긴축을 단행하려 하지 않고, 계속 낙관만 해옴으로써 오늘의 지불불능을 불러오고 말았다.
NICS(신생공업국군)의 일원이긴 하나 한국과는 달리 국제경제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소홀했던 것이다.
풍부한 자원을 두고도 경제발전계획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할 경우, 위기를 맞는다는 모델 케이스가 된 셈이다.
브라질의 외채위기는 곧바로 전반적인 개도국의 외채상환지연으로 연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공동노력을 집중시켜왔던 IMF, BIS(국제결제은행), 관계국정부 및 중앙은행, 국제상업은행의 협조가 다시 한번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단기적인 처방이긴 하지만 개도국외채의 상환연장(rescheduling), 연반융자(bridge loan)를 해주는 것이 당면 문제를 그런대로 넘겨버리는 수단이다.
장기적으로는 선진국이 수입문호를 개방하여 개도국의 수출확대를 가능토록 하고 개도국에 자금이 아닌 자본, 그것도 유리한 공공 재원을 동원하여 투자를 하는 방법이 있다.
채무국으로서는 경제정책을 조정하여 대내적으로는 재정·금융정책의 긴축, 시장경제원리의 도입으로 불필요한 군살을 빼는 노력을 해야한다.
국제금융불안은 국제유동성 부족을 불러오고 유동성 부족은 국제금리를 필연적으로 올려놓게 된다.
채무국으로서는 채무상환용 신규차관의 도입까지도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채무국의 절도있는 경제운용이 없는 한 위기를 넘기기는 힘들다.
미국 모건은행의 추산에 의하면 과다채무를 안고있는 21개 개도국의 경상수지는 82년의 6백10억달러 적자에서 84년에는 2백70억달러로 감소된다고 한다.
그래도 채무액의 대수출액 비율은 82년의 1백80%에서 85년에는 1백65%, 90년에는 1백25%에 머문다고 한다.
80년대를 통해 개도국의 채무문제는 여전히 국제경제에 장애물이 된다는 결론을 끄집어낼 수 있다.
우리로서는 86년까지 외채증가가 없도록 하고 국내저축으로 소요 투자재원을 충당할 계획으로 있다.
국내 저축률이 현재의 20%선에서 30%선이 되어야 이 목표가 충족된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는 국제수지 개선에 전력을 쏟아야하며 경제안정 기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경제정책에 일관성을 견지해야한다.
국내저축률을 높이는데 온 국민이 애써야함은 두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