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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여승무원 "회사서 교수직 제안 … 거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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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땅콩 회항’ 당시 견과류 서비스 등을 이유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던 여승무원 김모씨가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교수직을 제안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30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 오성우) 심리로 열린 조 전 부사장과 여모(57) 대한항공 상무 등에 대한 2차 공판에 출석했다. 사건 발생 후 김씨가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날이 처음이다. 그는 앞서 국토교통부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유리하게 진술하고 회사 측으로부터 교수직을 보장받기로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증인석에 선 김씨는 “지난해 12월 회사 관계자가 모친에게 전화로 조 전 부사장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 사과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협조할 경우 교수직의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와 어머니는 진정성 없는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 조 전 부사장을 피해 4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어 “무섭고 불안해 박창진 사무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지만, 박 사무장이 돌연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가 교수직 때문에 위증했다는 발언을 했다”며 “이후 이름과 승무원복을 입은 사진 등 신상이 인터넷에 떠돌게 됐다”고 울먹였다. 그는 또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내 명예라도 회복하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김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는 재판부의 말에 조 전 부사장은 김씨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 이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짧게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66·사진) 한진그룹 회장도 출석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9일 첫 재판에서 “조현아 피고인은 언제든 사회로 복귀할 수 있지만 박 사무장이 대한항공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가 재판부의 관심사”라며 직권으로 조 회장을 증인 채택했다.

 조 회장은 박 사무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본인이 근무를 원하면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며 “오늘 (박 사무장이) 회사 측과 면담해 다시 운항해도 된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이유가 어떻든 승무원을 내리게 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회사 문화를 쇄신하겠다”고 했다.  

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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